◆다카하시 마사유키 한국엡손 사장 takahashi.masayuki@epson.co.kr
외환위기가 한창인 98년 6월 낯선 한국에 부임해 온 지 어느새 2년 반이 흘렀다. 짧다면 짧은 기간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한국경제의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져 내심 놀라고 있다. 한국은 무역과 환율관리제도의 대폭 개혁, 외국인의 부동산소유규제 철폐와 외자유치정책의 강화, 빅딜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기관의 경영통합에 따른 금융개편 등 이전에 없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5대 그룹 가운데 하나였던 대우는 재벌개혁으로 해체되고, 자기자본 증강을 중심으로 한 부채비율의 개선도 진행됐다. 또 무역수지의 대폭적인 개선과 적극적인 외자도입으로 외환 보유고 문제와 채무불이행의 위기가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아직 부족한 점을 조심스레 지적하고 싶다. 바로 원만하지 못한 노사관계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래 3년 동안 일궈놓은 괄목할만한 경제성공에도 여전히 노사관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노사관계의 안정은 모든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노사관계 미성숙과 불안정은 투자의욕을 크게 저해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의욕도 절감시킨다. 지금도 과거 순탄치 못한 노사관계의 기억 때문에 대한(對韓)투자를 망설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로 눈길을 돌리는 일본기업이 적지 않다.
문제는 노사 모두가 기득권보호에 급급해 한다는 것이다. 기업간 경쟁은 이제 글로벌 단위로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섰다. 나아가 더욱 치열해지고 獵?상황 속에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서로 기득권 보호에 급급해서 노사관계를 망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처럼 국제적인 시야를 갖지 못한 노사관계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계 투자가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한국 사회의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卵:灌?물론이고, 경영자단체와 정부관계자들이 하나가 되어 국민경제와 국제적인 시야에 선 노사관계 본연의 자세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최근 한 전자회사의 노조는 생산활동의 전면에 서서 기업이 요구하기 전에 경영성과를 설정·책임지고 달성함으로써 노조가 경영목표 달성의 핵심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해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문화는 더 이상 대결지향적이 아니라 협력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사신뢰에 바탕을 둔 상생의 관계로 말이다. 물론 경영자는 적절한 이윤의 분배와 직원복지에 대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일찍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경제성장을 실현하고, 3년 전의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한국경제의 잠재적인 성장력은 OECD 가맹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데도 노사 모두가 일부 시야의 협착적인 이율관계로 대세에서 벗어난 노사관계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마이너스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해 한국경제가 계속해서 장기적인 발전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성숙하고 안정된 노사문화 정착이 최우선 과제라고 외국계 기업의 경영자로서 확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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