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교류단 남측 대표단은 문광승(하나비즈 사장)·안준모(건국대 교수)·김부섭(큐빅테크 사장)·송혜자(우암닷컴 사장)·김철환(기가링크 사장)·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이승교(허브메디닷컴 사장) 그리고 나 이렇게 8명으로 구성이 됐다. 북측의 협상파트너로는 대남경협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와 대남IT교류를 전담할 평양정보쎈터로 결정이 나 있었다.
지난 5일 오전 10시 서울발 베이징행 비행기 트랩에 오르면서 이번 방북 목적을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정리해보았다. 첫번째는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북측과 단둥-신의주IT단지 조성 및 이를 운영할 남북합작사 설립 등 의제들을 합의로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기자로서 북의 IT분야 실상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해보겠다는 취재계획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면 비즈니스에는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으므로 두번째가 더 큰 목적이라 할 수 있었다.
북의 실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은 결국은 그래야만 남한 IT기업들의 진출이 시행착오 없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한달여 방북준비 기간동안 북의 IT현황에 대해 대강은 감지하고 있던 터였다. 또한 IT교류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요소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그것이 북쪽에 의해서든, 남쪽에 의해서든)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다. 취재는 베이징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난 다음 비자신청을 위해 북한영사관을 방문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베이징은 고래로부터 눈이 많은 도시였다. 호텔에서 내려다보자면 이곳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북한영사관이 위치한 난다오거리에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영사관 주변은 또다른 세상이었다. 곳곳에는 북한인들이 운영하는 20여개의 상점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콤퓨터 눈검사」라는 한글(조선글) 안내판이 붙은 안경점이 10여곳이나 됐다. 안경점이 몰려있다는 것은 필경 무슨 사유가 있을 터였다. 상점들의 행색은 그것이 베이징의 중심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남루하고 을씨년스럽기가 그지없었다.
형광등 1개만이 달랑 켜져 있는 30여평의 영사관 로비는 난방조차 안돼 어둡고 음침해 말로만 듣던 북한의 전력사정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현관을 들어서자 백두산 정상에서 생전의 김일성 주석과 굽높은 구두의 김정일 위원장이 나란히 서 있는 초대형 그림이 일행을 압도했다(나중에 보니 이 그림은 북한 관공서에 다 걸려 있었다). 40대후반의 영사관 직원은 비자발급을 신청하는 남한사람들을 자주 보아서인지 우리 일행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비자발급은 30여분만에 끝이 났다.
일행은 곧바로 인근 고려항공 베이징지점에 들러 평양행 비행기표를 신청했다. 하얀 피부에 단정한 인상을 주는 여직원이 창구의 PC에서 윈도 카드게임을 즐기다가 우리를 반겼다. 20여분만에 티케팅도 마쳤으니 방북은 이제 내일(6일) 아침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떠나는 평양행 비행기에만 오르면 됐다. 그러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호텔에 돌아와 한방에 모여 북측과 협의할 의제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회의를 갖던 중 서울에서 비보가 날라왔다.
김부섭 사장의 방북이 관계기관의 최종 심사끝에 불허된 것이었다. 대표단 8명 가운데 7명은 서울을 출발하기 전 이미 방북승인이 나 있었고 김 사장은 보류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승인이 나는 것으로 낙관해서 함께 베이징까지 함께 온 것이었다. 불허 이유는 김 사장이 79년 10월에 있었던 이른바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사건에 관여돼 있어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까닭이었다. 서울로부터의 소식은 본격적인 남북간 IT교류시대 개막을 알리러 간다는 사명감으로 들떠있던 대표단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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