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혁명 블루투스가 온다>2회-블루투스 힘의 원천 칩과 모듈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닷새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 컴덱스는 무선통신 분야 첨단기술 및 제품의 경연장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참가자들의 시선을 끈 기술은 블루투스. 별도로 마련된 블루투스관에는 37개사가 제품과 기술을 출품했다. 각자 부스에 블루투스 제품을 전시한 업체만 해도 20여개사. 10세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주름잡은 바이킹, 블루투스의 영광을 재현하는 팡파르가 1000년 만에 울리는 순간이었다.

전시회에서는 일본 도시바와 미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한 노트북·PDA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고 저콤은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3D 게임을 실연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가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노트북과 전화·헤드세트 등을 전시했고 벤처업체인 엠엠씨테크놀로지가 모듈과 LAN 액세스포인트를, SETRI사가 기저대역(baseband) 개발 키트를 출품했다.

그러나 많은 참관자들은 이같은 제품들의 배경에 있는 칩과 모듈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국 CRS나 실리콘웨이브의 칩과 에릭슨·인텔·디지앤서의 모듈이 이들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됐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추계 컴덱스는 화두였던 블루투스 힘의 원천이 칩과 모듈이라는 점을 확인한 장이었던 셈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업체들이 블루투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외국업계의 움직임은 국내 업계의 블루투스 개발 열기를 한껏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200개를 훨씬 넘어서는 국내 업체들이 블루투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일부 업체에서 칩 개발을 발표했을 뿐 대부분의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초 국내 일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블루투스가 규격이 낮고 7종의 레이어 모두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어 『기술적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폄하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SIG 구성후 버전1.0이 선보이기까지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등 기술의 진척도가 빠르지 못해 상용화까지는 힘이 부치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세계 업계의 개발 움직임이 급류를 타면서 이런 우려는 완전히 불식되고 블루투스가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로서 한 영역을 확고히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업계에서도 칩과 모듈 분야 및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들이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블루투스 모듈 개발을 완료, 주요 이동전화 및 PC 업체에 샘플을 공급하고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LG이노텍은 이동전화용 블루투스 모듈과 헤드세트의 개발을 마치고 일부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엠엠씨테크놀로지는 노트북PC의 USB포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어댑터를 개발, 샘플을 이미 업체에 공급했다. 제노컴 역시 어댑터 형태의 휴대폰용 블루투스 모듈을 개발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부터 생산 공급에 나서며 해외 업체에 헤드세트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하스넷은 홈오토메이션 시장을 겨냥한 블루투스 액세스포인트의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벤처기업인 GCT는 영국 CSR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블루투스 단일 칩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의 bi-CMOS기술에서 한발 진보한 CMOS기술을 이용한 블루투스 단일 칩인 GCT의 제품은 독자기술인 「직접변환(direct conversion) 방식」을 적용, 잡음문제를 해결해 수신감도가 뛰어나다.

이같은 현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의 기술력은 아직까지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하다. 블루투스 칩·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F 및 기저대역 제어 분야 등 종합적 지식이 필요한 데 국내 업계는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말해 국산 칩이나 모듈이 양산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제대로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패키징 기술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기술은 충분히 확보돼 있는 상태라고 밝힌다. 블루투스 솔루션 개발업체인 세나테크놀로지의 장현상 이사는 『칩은 사다 쓰더라도 애플리케이션 시장규모가 막대한 만큼 이 시장

에서 충분히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결국 국내 블루투스 산업계는 당분간 외산 칩과 모듈에 의존하면서 국산 칩·모듈의 품질수준을 제고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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