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시연회 진풍경

14일 안양의 LG전자 중앙연구소에서 열린 비동기 IMT2000 상용시스템 시연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초청된 VIP들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건승을 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시연회에 대한 「한국적 관례」였는데 이날만큼은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오갔다.

더구나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이례적임을 알 수 있다. 김동선 정보통신부 차관, 손홍 정책국장,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 등 정통부 최고 수뇌부가 출동했고 사업자를 대표해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및 관련 임원들이 등장했다. 호스트격인 LG전자에서는 구자홍 부회장, 백우현 사장, 이정률 부사장 등이 이들을 맞았다. 쟁쟁한 정보통신 스타들이 잔치 분위기를 돋우기보다는 한국의 비동기 기술 수준, 전망, 대안 등을 놓고 짧지만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이다.

조정남 부회장은 『가급적 국산 제품을 도입,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가격과 성능이 외산에 뒤진다면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자로서 무조건 국산을 고집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LG에게 아픈 대목을 그것도 최고경영진 면전에서 제기한 셈이다. 그는 또 『장비업체는 칩 가격이 경쟁력의 핵심인데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과 외산을 들여오는 것 어느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석 국장은 미국과 유럽의 이동전화 사용환경을 설명하면서 『조만간 듀얼모드 단말기 수요가 폭발할텐데 LG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를 궁금해했다. 백 사장은 『전적으로 동감하고 LG 역시 내년까지 개발 가능하지만 당장은 단말기 크기와 가격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조 부회장의 말씀을 잘 들었고 그런 의미에서라도 사업자와 장비업체가 한 덩어리가 돼 차질 없는 서비스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마무리는 김 차관이 했다. 김 차관은 『정부로서는 국산화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업자와 장비업체가 협력해 우리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실무진 사이에서만 갑론을박하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IMT2000사업과 관련, 정부와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이처럼 머리를 맞대고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을 기자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CDMA 개발 당시를 연상케 한 이날 모습이 늦었지만 IMT2000에서도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자뿐이 아닐 것이다.

<정보통신부·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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