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598)

정경유착<34>

그가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계면쩍게 웃고는 대답했다.

『현재로는 약 2조원이 됩니다.』

『2조라. 대단하군. 자산 평가로 말하면 정치인으로는 최고를 점할 수 있는 돈이야. 돈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부담이 되네. 그렇게 혼자 움켜잡고 있지 말고 분산시키게. 정치인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안되네. 정치할 정도만 가지고 있어 남에게 꾸지 않을 정도면 좋지.』

『최 회장이 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된 이후 황제주가 되어서 그렇습니다. 창업투자에 손을 댄 것도 성공을 하였습니다. 자회사는 열 일곱 개지만, 투자한 벤처기업이 2백여 군데나 됩니다.』

『2백 군데라고. 내가 재벌 그룹을 해체시키느라고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애썼는데, 그런데도 최 회장 같은 신종 재벌이 탄생하였구만.』

『자회사는 재벌 그룹의 문어발 같은 그룹사와는 다릅니다. 선배님.』

『아냐, 아냐. 내가 그냥 해본 말이네. 알고 있네. 어쨌든, 정치인이 되려면 돈을 버리게. 사회로 환원하고 쓸 만큼 가지게.』

『명심하겠습니다.』

『곰탕 맛이 어떤가. 괜찮지?』

『맛이 좋습니다.』

『밖에 눈이 오는군.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군.』

창문에 눈발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날씨가 흐렸을 뿐인데 그 사이에 함박눈이 쏟아졌다. 우리는 곰탕을 먹으면서 잠시 침묵했다. 모두 창으로 시선을 돌려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보았다. 올해도 이렇게 지나간다는 김성길 명예총재의 말은 상당히 여운을 주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그는 아직도 야망이 있는 것일까. 통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된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한탄일까. 그는 대선이라는 용어를 들먹이면서 나를 자극했다. 상당히 유혹적인 말이었으나, 나는 정치판을 잘 모르고 있어 신뢰할 수 없었다. 그는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통일공화국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이네. 그렇게 되면 유권자 수가 많은 남쪽 출신의 후보가 유리하겠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 점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당장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문제도 어려운데 통일된 후의 일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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