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혜택, 이와 더불어 많은 문제점을 가져왔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음란물을 탐닉하거나 언어폭력, 바이러스 유포나 해킹 등 좋지 못한 일들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원조교제, 살인, 자살, 폭탄 등 반사회적 내용이 담긴 사이트들이 기승을 떨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이 어린 학생들에게 비교육적인 경험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음란물을 유통시키거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등 불법 행위까지 저지르면서도 별로 양심의 가책을 못 느낀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렇게 심각한 수준에 이른 청소년들의 잘못된 인터넷 사용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는 이번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의 컴퓨터나 정보소양교육 시간에 인터넷 윤리교육을 별도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기본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절감하고, 정부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윤리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 윤리교육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는 인터넷 때문에 생긴 문제라기보다 이미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현 세대 내부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다만 인터넷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확대, 부각되는 것일 것이다.
남에게 보이지 않는 인터넷의 은밀한 세계는 이제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자신의 속 모습이 확대되어 밖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없이 혼자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 내부로부터의 유혹에 끊임없이 도전받고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이 때 이같은 충동과 유혹을 억제하고 극복하게 하는 힘은 외적 환경과 내적 가치관에서 나온다. 다행히 사람들은 공공장소 등 외적 환경에서는 질서를 유지하려고 힘쓴다. 하지만 혼자가 될 경우 자신의 의지력을 잃기 쉽다. 이 때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내적 가치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대로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가치관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성장과정에서의 올바른 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가정에서 배운다. 특히 태어나서 7세 이전, 즉 학교에 다니기 이전에 가치관의 바탕이 형성된다고 하니 교육의 주체는 학교보다 가정이 되어야 한다.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리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주고 그 바탕 위에 가치관이 형성된다. 전화가 왔을 때 없다고 말하라는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배우고 신호를 지키지 않고 달리는 아빠의 차안에서 법질서를 무시하는 사람으로 키워진다. 아무데서나 큰소리로 떠들며 통화하는 부모를 보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상실한다.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자녀를 귀엽게만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문제아로 키워진다.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은 많은 경우 가정의 파탄을 자기 탓으로 돌려 죄책감에 빠지거나 맹목적인 분노와 원한에 사로잡혀 잘못된 가치관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가정에서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은 심리적 공백을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채우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가정에서의 편애나 다른 이유로 인해 소외받은 자녀에게도 나타난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가정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이 있고 그 안에서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아이들은 사랑 안에서 자존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도 배려할 줄 안다. 남을 배려하는 공중도덕만 잘 지켜도 범죄율을 70%나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인터넷은 디지털 세상의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터넷의 은밀한 유혹 앞에서 건강한 자아의식과 건전한 디지털 세계관을 갖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도와야 한다. 그 중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올바른 가정교육에서 올바른 네티켓과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된다. 디지털 세상은 결국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김형회 (주)바이텍씨스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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