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무선 데이터통신 신기술인 블루투스(Bluetooth)가 출발선에 발 끝을 내밀고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바야흐로 무선통신 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임박했다. 당장 블루투스는 우리 주변의 정보·가전기기들로부터 선(wire)을 거둬낼 것이다. 이후 가정과 직장의 네트워킹 구조를 바꾸고 군사, 의료, 산업기기 제어방식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리 무선 데이터통신계에 혁명을 몰고 올 블루투스를 시리즈로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위기에 처한 첩보원 007. 그는 이동전화단말기를 이용해 테러리스트들에게 둘러싸인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원격 조종을 시작했다. 자신이 서 있던 곳으로 자동차를 무선 조종해온 007은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는 영화 「007 투머로 네버다이」의 한 장면이다.
블루투스가 이동전화단말기를 거점으로 삼아 PC, TV, 냉장고, 자동차 등을 무선통신의 세계로 끌어들일 태세다. 장차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007처럼 이동전화단말기로 자동차를 원격 조종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전자우편 등의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꺼내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과연 블루투스가 통신 케이블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시장 전망 =미국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4, 5년 내에 블루투스 관련 시장규모가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닛케이(Nikkei)일렉트로닉스도 오는 2002년 블루투스 대응 이동전화단말기 2억5000만대, PCMCIA카드 등 주변기기 1억5000만대, PC 3000만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표 참조
이같은 시장전망은 기존의 적외선무선통신(IrDA)이나 무선 랜(LAN) 등 근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수단들이 사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데다 올해를 기점으로 블루투스 대응 모듈(칩)가격이 5달러대로 인하돼 수요가 본격적으로 창출되리라는 분석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 블루투스 칩 개발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올해 안에 200만개 이상 대량 구매시 칩을 개당 5달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쓰시타, 히타치 등 칩 개발업체는 물론이고 에릭슨, 인텔 등 모듈업체들도 관련제품 저가격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선 블루투스는 「편리하다」는 점에서 소비자 욕구를 자극한다. 손대지 않고 통화하고 가방 안에서 노트북PC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손대고 통화하고 PC를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는 불편을 감수한다면, 아니 이를 아예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 소비자들에겐 007처럼 자동차를 원격 조종해야할 만큼 급박한 상황도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LG전자 한 관계자)
그는 『블루투스 관련제품이 단순한 흥미거리나 조금은 편리한 기재로 인식될 수는 있을지언정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블루투스 기능을 대체할 만한 유무선 데이터통신 수단들도 도처에 널려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막연한 기대보다는 충실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블루투스 상용화를 유도할 법,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개발 및 제품화할 경우에는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불러올 우려조차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분명 블루투스는 「될성 부른 떡잎」이다. 그러나 열매를 맺기까지는 비옥한 토양과 적절한 영양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
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정부가 움직인다◆
블루투스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블루투스 시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정통부가 3월 중순경 블루투스에 대한 주파수와 기술기준을 서둘러 공고하기로 했다.
정통부는 현재 2.4㎓대역을 이용하는 블루투스 기준안을 마련해 업계의 혼란을 방지할 계획이다. 블루투스 기준안이 3월 마련될 경우 업계간 개발방식, 서비스 구현방식, 서비스 주체 등을 두고 논란을 벌였던 이 분야에 대한 기술 및 서비스와 관련된 기본 골격이 갖춰지게 된다.
정통부의 발빠른 움직임에 따라 국내 블루투스 장비 및 모뎀 개발업체, 이와 연관된 각종 정보가전기기,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사업자의 행동반경이 넓어질 전망이다.
◇정통부 변화 =우선 정통부의 입장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첫째 정통부가 정보통신 시장 변화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분에서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을 만큼 블루투스 기술이 국민생활에 상당히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셈이다. 무선랜 기술에서 파생된 블루투스 기술이 각종 정보가전과 통합될 경우 국민 편익과 정보통신 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서비스 등과 연동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국가 구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블루투스 기술로서 해외 수출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블루투스가 그다지 큰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표준마저 국제적으로 범용 표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로열티 부담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는 5, 6월 경이면 국내 벤처기업에서 저가형 블루투스 모뎀칩을 대거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품업계의 전망도 블루투스의 성공가능성을 예감하는 대목이다.
셋째 정통부로서 이미 제품 개발을 완료하거나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생산을 하고 있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량의 기술투자, 제품 수입을 해놓은 업체들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대량의 불법업체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정통부의 판단도 작용했다. 기왕이면 열린 시장으로 꺼내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국내 정보통신업계에서 보면 유리할 것이라는 정책의지가 세워졌음을 의미한다.
◇남는 문제들=역시 정통부의 주파수 공고와 기술표준안에 담긴 내용이다.
업계는 사업자에게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을 개방해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블루투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을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요지다. 물론 여기에는 통신사업자의 파급력을 이용해 시장 크기를 급속히 키워 일거에 호황을 누려보자는 통신사업자와 블루투스 업계의 야심이 녹아 있다.
문제는 사업자에게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 사용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주파수 분배 목적에서 어긋난다는 점이다. 의료, 산업계에서 근거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정된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을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무상 양도하는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간통신사업자가 주장하고 있는 2.4㎓ 블루투스 주파 대역을 이용해 전송로를 개선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과금하는 방식에 대해 정통부가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해법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주파수 공고에 대한 취지를 살리고 기간통신사업자, 장비제조업체에는 실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국민 통신생활에 보탬을 주어야만 한다.
블루투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계에 주어진 최초의 숙제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블루투스란 무엇인가◆
블루투스는 이동전화, PDA, 노트북컴퓨터와 같은 정보기기간 양방향 근거리 통신을 케이블없이 저가격으로 구현하기 위한 근거리무선통신 기술, 표준, 제품을 통틀어 일컫는다.
블루투스는 실생활에 쓰이는 모든 정보기기에 장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모든 정보기기간의 자유로운 데이터 교환이 이루어지며 데스크톱에 유선으로 도달한 인터넷정보에 케이블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즉 무선통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어떤 형태이든지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생활의 예를 들면 블루투스를 이동전화에 장착하면 사무실에서는 내선전화, 댁내에서는 무선전화로 사용이 가능하다. 회의 도중 연결 케이블 없이도 곧바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고 개인휴대단말기(PDA) 등과 노트북PC, 데스크톱PC 등에 있는 파일 및 데이터를 일일이 업데이트하거나 유선으로 연결해서 파일 및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아도 서로 같아질 수 있게 된다.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스캐너 등의 각종 컴퓨터 주변기기들이 무선으로 연결되므로 컴퓨터 주변의 복잡한 케이블을 없앨 수 있어 기기의 이동성 및 사용 편리성이 증대된다. 이밖에도 자동차, 무선키오스크, 노트북전화, 블루투스 카메라 등 그 쓰임이 다양하다.
블루투스 표준은 블루투스의 기술개발과 시장 형성을 위해 통신,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 전세계 유수 회사들이 만든 협력체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에 의해 사실상 주도되고 있다. SIG는 에릭슨, IBM, 인텔, 노키아, 도시바가 핵심이 돼 발족하였고 98년 10월말 200개 회원사에서 2000년에는 1800여 회원사로 증가했으며 현재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블루투스가 빠르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SIG가 가입 회원사에 로열티를 받지 않고 기술을 공개해 왔기 때문이다.
블루투스는 홈RF, 무선 랜, IrDA 등 이제까지 개발된 근거리 무선통신기술 중 가장 빠른 시일내에 가장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는 점이 사실이다. 현재 나와있는 블루투스 버전 1.0으로는 전송속도가 최고 1.0Mbps로 CD 수준 고음질이나 고화질을 지원할 수 없으며 동영상 데이터 전송도 한계가 있다. 블루투스로 무선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는 7개 이하로 제한된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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