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는 7일 「IR 콘퍼런스 콜」이라는 이색적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통상의 기업설명회와는 달리 전화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사업실적을 설명하고 질의에 답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IR가 방법과 내용면에서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을 떨굴 수가 없다. 우선 이번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대상을 사전에 국내외 기관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300여명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부터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현대전자는 행사에 참가할 주요 기관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는 미리 행사 개요와 참가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전화로 접속할 수 있는 「코드」를 부여했다. 하지만 주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언론사에도 참가 불가 방침을 내려, 실질적으로 개미 투자자들을 배제하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먼저 실적을 알린 꼴이 됐다. 지난해 한 전자대기업이 사업실적을 밝히는 과정에서 기관들에 먼저 알려 거세게 비난받았던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행사진행 방식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힘들게 행사 참가권을 얻은 사람들도 홍콩에 국제전화를 걸어 영어로 설명되는 내용을 들어야만 했다. 회사측에서는 이런 행사를 서비스할 수 있는 국내 회사가 없어 불가피하게 홍콩회사를 진행 담당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에게 꼭 비싼 국제전화 요금까지 물려야 했는지 모르겠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어 서비스 없이 영어로만 실적 소개와 질의·응답이 이루어져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애태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A증권사의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사업실적에서 궁금한 내용이 있었지만 질문도 영어로만 가능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요즘 세상에 영어 한마디 못하면 바보라지만 이번 IR가 과연 투자자들에게 회사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알리기 위한 행사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명확한 향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현대전자는 이번 행사가 지난해 실적에 초점을 맞춘 IR로 향후 기회가 있으면 경영방침을 다시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여러 회사들이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이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IR는 그 목적이나 의미를 찾기 힘든, 이해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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