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지식을 닮는 새로운 그릇, 전자 책이 뜬다

최근 국내에서도 만화 사이트가 직장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학생들도 비싼 교재를 사기보다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부분만 인쇄해 사용하고 있으며, 공부를 하다가 새로운 용어가 나와도 두꺼운 사전보다 컴퓨터에 들어있는 최신 용어집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식을 담는 새로운 그릇」 전자책이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책은 특히 빛의 속도로 지구촌을 그물처럼 연결하는 인터넷 기술과 결합해 전통적인 출판은 물론 인터넷 관련 업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열일곱번째 이야기는 최근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전자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스티븐 킹이 몰고 온 바람 = 지난해 우리에게 전자책의 가능성을 깨우쳐 준 것은 한 권의 추리소설에서 비롯됐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지난해 3월 1만6000 단어 분량의 소품 「총알을 타고((Riding the Bullet)」를 인터넷에서만 공개했다. 이 소설은 하루 동안에만 40만 명이 내려받아 갔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세계에서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컴퓨터 네트워크가 장애를 일으켰고 서버들이 다운됐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사람들이 최신 베스트셀러를 읽기 위해 기꺼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책은 1권을 내려받을 때마다 2.5달러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그 후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대학교재와 사전분야 성공모델 속출 = 지난 가을학기부터 하버드와 조지타운, 오하이오주립대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전자책이 정식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전자책 전문 출판업체인 「와이즈업디지털텍스트북스(http://www.wizeup.com)」는 이들 대학에 75종의 디지털 교재를 공급하고 있다. 와이즈업은 올해 디지털 교재 출판을 3배로 늘릴 계획이다.

2년 전부터 디지털 교재와 종이책을 함께 써왔다는 버지니아주 롱우드대 사회학과 부교수 대릴 풀리는 올해부터 교재를 전자책으로 단일화했다.

확실히 돈되는 시장으로 꼽히는 온라인 사전분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찌감치 뛰어들어 2년 전부터 엔카타(http://www.encarta.com)라는 독자적인 사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메리엄웹스터, 옥스퍼드 등 유명 사전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영어 사전의 대명사격인 메리엄웹스터(http://www.m-w.com)는 온라인 사전의 선두주자인 엔카타에 맞서기 위해 개인들이 사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온라인 분야 석권도 꿈꾸고 있다.

웹스터의 페이지뷰는 한달 평균 2000만 건에 이른다. 또 아메리카온라인 등 유명 서비스 업체와 핸드헬드기기 업체들에 라이선스를 제공해 수수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시장전망 = 디지털 대학 교재나 사전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어 가장 유망한 전자책 시장이 될 것으로 출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몇년 동안 시장위축과 낮은 이윤으로 고심해온 사전 출판업체들은 온라인 사전이 새로운 수요를 낳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디지털 대학 교재의 값이 다른 사람이 썼던 책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 등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특히 수정본 제작이 필수적인 이 분야에서 업그레이드의 편리함은 최대의 이점으로 꼽힌다.

영어 사전에서 단어의 발음을 제공하는 등 소리와 화면, 동영상을 곁들이게 되면 교재나 사전의 활용도가 엄청나게 확대된다.

지난해 봄학기부터 디지털 교재를 써온 플로리다대 비즈니스스쿨의 샌포드 버그 교수는 『앞으로는 교재를 통해 교과 내용을 보는 것뿐 아니라 마우스 클릭으로 포드자동차 사장과 대화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금지법 위반 소송과 관련한 최신 기사를 읽는 등 교재의 활용가치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 = 그러나 디지털 대학 교재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저자에 대한 합당한 대가 지불, 읽기 불편함 해소, 마구잡이 복사 방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디지털 사전 분야에선 시장참여의 장벽이 매우 낮아져 출판업체 난립에 따른 질 저하가 우려된다. 게다가 온라인 접속의 쉽고 어려움 등 다른 요소들이 사전의 질보다 우선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생겨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타가 업체의 브랜드와 윈도 운용체계에서 작동의 우월성을 기반으로 디지털 사전 대표주자의 자리를 넘보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 언어학자는 경제학 이론에 빗대 『나쁜 사전이 좋은 사전을 몰아낼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 박스)

업체별 대응방안

출판 및 인터넷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전자책은 「지식을 담는 새로운 형태의 그릇」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선택해 가공하는 출판업무는 인터넷 시대에도 달라질 것이 없다.

또 최근 인터넷이 몰고 오는 변화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출판 기획자가 독자들과 웹사이트에서 만나 특정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그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인터넷이라는 매체 때문에 가능해졌다.

◇대형 출판사 = 지금까지 대형 출판사들의 경쟁력은 확실한 유통망과 좋은 필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나 앞으로 대형 출판사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큰 「콘텐츠 저장소(contents repository)」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또 콘텐츠를 처음부터 인터넷 시대에 적합하도록 최신 XML 언어로 가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 출판사 = 전자책은 특히 어느 한 분야에 주력하는 전문 출판사들에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아이유니버스닷컴(http://www.iuniverse.com)의 경우 콘텐츠 수집업무에서부터 편집, 제판, 그리고 최종적인 마케팅 업무까지 모두 온라인상에서 처리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회사 = 웹사이트는 바로 「가상 책」이 된다. 미국의 유명한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어(http://www.expedia.com)는 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가상 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질의응답 사이트인 애스크지브스(http://www.ask.com)의 경우 가상의 책을 실제 책으로 출판해 올린 수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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