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595)

정경유착<31>

당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안에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있는 밤나무 마당이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백년은 지났음직한 밤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밤나무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승용차들이 주차해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마당에 있던 중늙은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중늙은이는 김 명예총재를 향해 절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윤 사장, 날씨도 쌀쌀한데 밖에 나와 뭘 하시오?』

『어르신께서 오신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곰탕 한 그릇 먹을 사람을 뭘 그렇게 기다리시오. 나는 가끔 오지만 윤 사장 매상을 올려주지 못해 여간 미안하외다.』

『원 별 말씀을. 어르신께서 오시는 것만도 영광입니다. 매상이 무슨 문제겠습니까.』

『장사란 그렇지 않지 않소. 장사란 매상을 올려야 되는 거 아니오? 최 회장, 그렇지 않소?』 그는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여긴 고급 요릿집이오. 그런데도 곰탕을 팔지요. 이 집의 윤 사장만이 만들 수 있는 기막힌 맛이외다.』

『장사란 남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술이 승부가 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런 독자적인 기술 발굴은 벤처기업만이 해당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음식점에서도 독자적인 음식 맛을 내는 것을 개발한다면 승부가 날 것입니다.』

『역시 최 회장은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다운 말을 하는군. 정치도 마찬가지야. 정치 역시 독자적인 창의성을 개발해야 되네. 정치란 마술과 같다고 하지만 마술에도 질이 있고, 창의적인 것이 있지.』

그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우리는 윤씨라는 중늙은이를 따라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비워 놓은 큰 방이었다. 음식 일부가 상에 준비돼 있었다. 방바닥은 따뜻했고 방안의 공기는 온화했다.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안은 고풍스럽게 치장돼 있었다. 벽의 선반에는 각종 토산품과 도자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쪽 천장을 떠받친 기둥에 나무못으로 옷걸이가 돼 있었다. 두 명의 젊은 여자가 들어와서 우리의 겉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두 명의 여자가 김성길 양옆에 앉자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네들은 저기 젊은 사람 옆에 가서 앉게. 이렇게 늙은이 옆에 앉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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