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코너]10GHz PC. 그게 컴퓨터야, 난로야?

『엄마 PC에 팔을 데었어요.』 『그러길래 PC를 20분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달궈놓은 김에 엄마 찜질 팩이나 데워야겠다.』

최근 일부 엔지니어들은 미래의 PC가 10분만 사용해도 열이 펄펄 나는 이런 「난로형 PC」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프로세서 업체들은 10년 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가 지금보다 최소한 10배 이상 빠른 10∼30㎓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정작 이렇게 빠른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힐 방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의 회의에서 인텔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겔싱어는 『칩 속도가 대책 없이 빨라지기만 하면 어쩌자는 거냐』며 『이대로 가면 10㎓ 칩은 마치 소의 등에 낙인을 찍는 인두처럼 펄펄 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 칩은 1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 1초에 1조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칩으로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하는 것은 현재의 반도체 재료와 설계기술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겔싱어는 『인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칩의 구조를 기능별로 나눠서 특정 부분은 특정한 연산기능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명 컴퓨터 업체들은 1.1∼1.2㎓의 칩을 자사 제품에 장착하기 위해 치열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IBM은 1.1㎓ 칩 두개를 연동시킨 이중 프로세서 기법을 적용한 「파워4서버」를 출시할 계획이며, 컴팩은 1.1㎓ 알파칩을 장착한 서버를 개발중이다. 인텔 역시 「매킨리」라는 1.2㎓ 칩을 사용한 서버제품을 내놓을 예정인데 여기에는 2억140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다.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

인텔은 칩의 발열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실리콘 조각에 여러개의 칩을 통합하는 방식을 연구중이다. 이미 IBM이 채택하고 있는 이 방식은 전자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져 발열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겔싱어는 『이와 함께 고난도의 절연 기술과 불필요한 연산을 최대한 줄이는 소프트웨어 설계기술도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업계는 그 동안 전력 소모량보다는 제품의 제조공정이나 칩의 집적도, 가격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늘어나면서 전력 소모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칩에 발생하는 열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인텔의 연구원인 글렌 힌튼은 『현재 펜티엄4에는 과열로 인해 무리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기능 정도가 대책의 전부』라며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는 기술이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저전력 서버 칩을 개발하고 있는 RLX사의 기술책임자인 크리스 힙은 『전자제품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열』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가 컴퓨터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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