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사는 김경섭씨(62)는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조그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정년퇴임한 김씨는 최근 정보화나 인터넷·컴퓨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왠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들과 며느리는 물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손주조차도 내색은 않지만 왠지 무시하는 느낌이다. 인터넷을 배워볼까 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마땅한 교육관을 찾을 수 없다. 식구들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자존심이 상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클릭」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김 노인에게 인터넷과 컴퓨터의 벽은 만리장성만큼이나 높고 멀기만 하다. 정보화에 소외돼 있다는 점 때문에 김 노인은 마음고생은 물론 생활에 의욕도 잃어가고 있다.
노인층의 정보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여성과 함께 실버계층의 정보소외 심각성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노인 당사자들조차도 정보소외에 무감할 정도로 실버계층은 대표적인 정보화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우리사회가 점차 고령화시대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의 정보문제 해결없이는 정보화 강국 「e코리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버계층의 심각한 정보소외 실태는 몇가지 조사나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실시한 「2000년 정보화 실태와 정보화 의식 조사」에 따르면 「정보화」 용어와 관련한 인지도는 노인이 34%로 전체평균인 76%에 크게 뒤진다. 이는 사회분류층에서 가장 낮은 인지도로 장애인(51%)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개인 컴퓨터 보유율도 노인계층이 2.5%에 불과해 다른 정보소외계층인 장애인(11.5%)이나 여성(7.5%)보다도 뒤떨어졌다. 평균 가구당 컴퓨터 보유율인 66%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버계층은 정보화에 소외돼 있는 상황이다. 노인들은 컴퓨터를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용방법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상당수 노인은 컴퓨터 사용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정보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 이용자수를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2000년 8월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는 1600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인 남성이 39%로 가장 높으며 여성이 21% 수준이다. 반면 노인은 3%에 그쳐 9.5% 수준인 장애인보다도 크게 뒤떨어지는 실정이다. 초고속망 가입자수 역시 노인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노인은 아예 개념을 모르거나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아 인식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실버넷 운동본부를 통해 노인 정보격차에 앞장서고 있는 이창훈 교수(건국대 컴퓨터공학과)는 『국내에 실버계층은 40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제대로 컴퓨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불과 1%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수치조차도 회사에서 업무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도 노인은 4%에 불과해 국내 전체수강률인 38.4%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보문화센터는 노인의 경우 전반적으로 교육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에 정보화에 소외돼 있는 다른 계층인 장애인과 여성보다도 크게 뒤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앞으로 정보화교육을 받겠다는 노인의 비율 역시 여성이나 장애인의 절반이나 4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어서 충격을 줬다.
국회과학기술위원회는 최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실버계층은 정보화교육과 관련해 부정적 응답이 높아 정보화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와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또 실버계층을 위한 커리큘럼, 전문강사 육성, 강의실 확충 등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우선 구축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를 맡은 곽치영 의원은 『점점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감안할 때 노인의 정보소외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많다』며 『노인정보화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노인의 현실적 능력을 고려, 노인복지를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기기나 서비스·콘텐츠 개발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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