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로 각광받고 있는 MP3 플레이어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으로 그동안 세계를 무대로 자랑할 만한 우리만의 특화상품에 목말라하던 국내 전자업계에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MP3 플레이어는 그동안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거대시장을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아직은 한국이 종주국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규모도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이 시장에 참여한 데 이어 최근 인텔과 모토로라 및 워너뮤직·BMG·EMI·소니뮤직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업체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MP3 플레이어가 확실한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한국이 MP3 플레이어 종주국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출 전망이 밝다는 것은 아니다. 또 아직은 MP3 음악에 대한 저작권문제가 시원스레 해결되지 않았고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가격도 MB당 0.8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국내 업체들에게도 문제가 많다. MP3 플레이어는 한창 개발 열기에 휩싸여 있던 2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들이 충분히 개발해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대량생산해 팔아야 하는 상품화 단계에 접어든 지 오래 됐음에도 국내 업체들 가운데 대부분은 아직 중소벤처기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수출 확대를 가로막아온 이 같은 문제들이 올해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우선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올해 말까지는 0.5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메모리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생산량을 크게 늘린 데다 메모리 용량도 8∼16MB급이 주류를 이루던 지난해 초와는 달리 32∼64MB급으로 커져 더이상 공급부족 현상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올해는 소비자가격을 100달러 이하로 낮춘 보급형 제품을 대거 출시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기대만큼 떨어지면 현재 26∼2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 32MB급 플래시메모리를 16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어 MP3 플레이어 수출 가격을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지난해 법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진 MP3 음악과 관련한 저작권문제도 최근 들어 냅스터 및 MP3.com 등 콘텐츠서비스업체들이 서로 업무제휴를 통해 합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시행키로 하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데다 음반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인터넷을 매개로 한 디지털음악 판매사업에 나서기로 해 올해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이후부터 세계적인 대형 IT업체들이 MP3 플레이어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시장에 새롭게 참여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은 대부분이 제품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보다는 국내 및 대만 등지에서 아웃소싱한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MP3 플레이어 시장 참여를 선언한 인텔이나 모토로라 및 BMG·EMI 등은 모두 국내 업체들로부터 제품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MP3 플레이어산업은 초기형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휴대형 인터
넷오디오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음악포맷이 MP3에 머물지 않고 이보다 한층 발전된 단계인 WMA나 AAC 등으로 발전하면서 이들 포맷을 모두 지원하는 멀티코덱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저장매체도 비싼 플래시메모리에서 벗어나 CD나 클릭디스크를 비롯 초소형 광저장매체인 데이터플레이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가격에도 차별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또 오디오는 물론 반도체와 음반에서 인터넷산업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 등 국내 디지털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산업에 대한 육성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MP3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오디오산업이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플래시메모리 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 또 최근에는 음반업체들도 사업영역을 인터넷으로 확대해 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MP3 관련제품이 국내외 대기업들의 디지털 전략의 중심에 자리잡는 등 MP3가 전자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MP3 플레이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규모 수출이 가능한 데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등 디지털시대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이제 초기형성 단계라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데이터퀘스트 및 포워드콘셉트 등 세계적인 리서치업체들이 내놓은 시장자료가 상이한 것도 이때문이다.
미국 데이터퀘스트의 전망은 상당히 소극적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은 총 210만대 규모를 형성, 85만대 규모에 불과하던 99년 대비 147% 포인트나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8% 포인트가 늘어난 총 375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내년에는 522만대, 오는 2003년에는 750만대 규모를 형성하는 등 연간 1000만대 규모를 넘어서려면 아직도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포워드콘셉트사(Forward Concept)의 자료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99년만 해도 연간 75만대에 불과하던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이 지난해에는 300만대 규모로 3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400만대가 늘어난 총 700만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이 늘어난 1500만대 규모를 돌파하고 오는 2003년에는 2100만대 규모로 성장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악의 경우 세계 시장이 데이터퀘스트 전망대로 될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국내 업체들이 대거 출시할 것으로 보여 포워드콘셉트사 전망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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