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에게 듣는다>9회-한국게임제작협회 김정률 회장

『우리나라가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과 인프라를 만드는 데 협회의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제작협회의 김정률 회장(47)은 「게임입국을 위한 터 닦기」를 올해의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무엇보다도 김 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게임산업의 육성을 위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을 사행과 폭력을 조성하는 반사회적인 문화 상품으로 보고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이 규제법에서 진흥법으로 전면 개정돼야 합니다.』

김 회장은 문화부 산하의 다른 단체는 물론 업계 전체의 힘을 빌려 「음비게법」 개정안에 업계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시행령, 시행 규칙, 세부 지침의 개·제정 과정에서 게임업계의 목줄을 죄고 있는 독소 조항들이 과감히 철폐되도록 업계의 중지를 모아 나가겠다고 했다.

『예컨대 게임 심의는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 막는 대표적인 규제입니다. 물론 문화와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해 게임에 대한 일정 수준의 심의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등급외 판정 기준은 현실성이 없고 지나치게 엄격해 산업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어 이번 기회에 이를 꼭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게임 시장의 활성화도 올해의 핵심 과제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 게임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하향 곡선을 긋고 있어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것.

『PC 및 온라인 게임은 올해에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지만 업소용 게임 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 댄스시뮬레이션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DDR의 인기가 꺾이면서 아케이드 게임 업계는 활기를 잃고 있습니다. 더욱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아케이드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김 회장은 내수 촉진과 수출 확대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보고 협회 차원의 대책도 마련했다. 내수 촉진책으로 협회는 △불법물 단속 △영세 게임업체에 대한 지원 강화 △투자 설명회 △기술세미나 등의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해외 수출의 확대를 위해서는 일본·대만·중국·홍콩 등 동남 아시아권의 해외 전시회에 한국관을 설치 운영하고 세계 유수 게임 잡지 등과 제휴해 국산 제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아케이드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설립한 첨단게임제작업협동조합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제작협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펼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협동조합은 올해 △게임산업단지 조성 △육군복지단 게임장 운영 △신제품 공동 발표장 운영 등을 주요 사업과제로 잡아 놓고 있다.

김 회장은 협회의 영역 확대에도 역점을 둘 생각이다. 지난 94년 문화관광부 산하의 게임 단체 1호로 게임제작협회가 설립됐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그동안 아케이드 게임 제작업체를 중심으로 협회가 운영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PC게임·온라인·비디오 게임이 통합되는 멀티플랫폼이 대세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게임산업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협회의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는 『지난해 협회 산하에 아케이드, 온라인, PC·가정용, 모바일, 유통 등 5개 분과를 둘 수 있도록 정관 개정작업을 마쳤다』며 『각 분과 활동을 활성화하고 중앙 집행부는 각 분과의 연합회적인 성격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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