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88) 벤처기업

정경유착<24>

『오래간만이군. 이제 사장이 되었군.』

내가 말하자 그는 빙긋 웃었다.

『나야 아무리 사장이 되어도 최 사장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자네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나?』

『앉으십시오. 오실 필요가 없는데 어려운 걸음을 하셨군요.』

나는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는 그대로 탁자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네에게 따지러 왔지. 무엇을 따지려는지는 잘 알 걸세.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무언가? 내보내는 것이 서로간에 편할 듯한데.』

『우리말을 모릅니다. 그냥 말씀하세요.』

『내가 자네를 테러하기라도 할 것만 같아 보디가드를 세웠나?』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편지…』

『뭐라고요?』

『왜 그런 편지를 보내지? 뭐가 그렇게 억울해서 계속 그러지?』

나의 말에 그는 대꾸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비웃음인지 자조하는 웃음인지 입이 실룩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두 해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1천억원을 1조원으로 만든 것은 내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너무 박대했습니다. 내가 거래처의 돈을 좀 먹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장님에게 피해가 간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주식을 줘서 일부 싸게 산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 정도는 눈감아 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자넨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그것은 증권가에 있는 전형적인 비리일세.』

『사장님은 비리 비리 하는데, 사장님이 영준소프트웨어를 이십여년간 이끌어오면서 그 동안 단 한번의 비리도 없이 가능했습니까? 비리란 대관절 무엇입니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타협을 하는 것도 비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까? 사장님도 어려울 때 기업을 살리기 위해 관청의 사람들을 만나 로비를 했잖습니까. 그것마저 아니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해 정치를 하려면 어느 정도는 사기꾼이 되어야 하고 기업인이 되려면 어느 정도 도둑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되어야 한다기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요.』

『자네의 말 핵심은 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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