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문화산업 10대 과제>7회-전자책 시장 활성화

전자책(e북) 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전자책은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의 출판 콘텐츠를 내려받아 읽는 것으로 책의 미디어를 종이에서 디지털 파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출판계뿐 아니라 문화·교육 그리고 우리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혁명적인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전자책은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그림·동영상 등 멀티미디어화된 텍스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양방향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전자책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반스앤노블·랜덤하우스·타임워너·아마존·넷라이브러리 등 내노라하는 온·오프라인 미디어 기업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시스템과 같은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문열·이인화·신경숙·이순원 등 내노라하는 기성작가들이 신작을 전자책으로 발표하며 전자책 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터넷서적 업체들과 전자책 전문업체 등 10여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도 전자책을 문화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전자책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시장도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서비스에 나선 전자책 업체들의 매출실적을 보면 이 시장의 현주소를 단번에 바라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 바로북(대표 배상비)은 전자책 판매로 지난해 4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전자책 분야의 선두업체의 매출치고는 보잘 것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부터 전자책 서비스를 개시한 와이즈북(대표 오재혁)도 1억5000만원의 매출에 머물렀으며 100여개 출판사가 연합해 만든 북토피아(대표 조근태)는 고작 3000만원 매출에 그쳤다. 에버북닷컴·드림북·하이북·예스24 등의 업체들의 매출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정부나 출판업계가 전자책 산업 활성화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 시장은 빛좋은 개살구였던 셈이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지 않을 경우 국내 전자책 시장은 제대로 개화하지도 못한 채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책 시장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업계는 전자책 표준화를 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전자책의 포맷은 XML·PDF·HTML·FLASH·DVI·PBI·BRB 등으로 다양한 실정이다. 개별 업체들이 제각기 다른 포맷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과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복투자에 따른 폐해 또한 심각하다. 특히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살 때마다 각 회사에서 제공하는 뷰어를 다운받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전자책 업체들의 민간 컨소시엄인 EBK를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이 합의를 통해 전자책의 표준 포맷을 XML로 정함에 따라 표준안 제정 작업이 급류를 타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전자책은 약 1만여권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 인기 없는 문학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유명 인기작가들의 최신작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오프라인 출판업체와 전자책 업체들의 폭넓은 제휴와 공조 제체가 구축되야 한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출판사들은 전자책을 종이책과 경쟁관계로 인식해 신작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주저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영화·잡지 등 다른 미디어 분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오프라인 종이책과 온라인의 전자책은 공생관계로서 서로의 장점이 결합될 때에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침체해 있는 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출판사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독자들이 전자책을 접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자책의 주된 미디어로 사용되는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는 종이책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휴대할 수도 없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독성을 높인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개발되야 하며 PDA·이동통신단말기에서도 전자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전자책 지원 정책도 부처간 업무 조율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경쟁적으로 전자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으며 오히려 업계에 혼란만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EBK와 e북산업협의회, 디지털콘텐츠포럼 등 전자책 관련단체 난립의 원인을 정부의 원칙없는 정책에서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이같은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최근 문화부·정통부·교육부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e북정책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정부도 정책 조율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보안솔루션의 개발과 전자책 관련 기술의 개발, 불법 복제 및 저작권 문제, 전자책 업체에 대한 투자 확대 등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둘러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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