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TV홈쇼핑 중소기업 우선돼야

메이커와 유통업체간 힘의 역학구도가 변하고 있다. 유통은 이제 제조업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을 만큼 힘을 갖는다. 대형 유통채널인 백화점과 할인점 등이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의 유통 장악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유통 대기업들은 다양한 유통 장르를 두루 선점하면서 유통 파워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판로인 유통업체의 문턱이 높아만 간다.

요즘 TV홈쇼핑 사업권을 둘러싸고 열기가 뜨겁다. TV홈쇼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군침을 흘리는 업체나 컨소시엄만도 30여곳에 달한다. 이를 반영하듯 TV홈쇼핑 사업자 선정을 위해 지난 4일과 18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있었던 공청회는 이해 당사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TV홈쇼핑 사업자 선정의 이슈는 「선정업체 수」와 「선정업체 성분」 둘로 집약된다. 지난 18일 공청회에서 선정업체 수는 1∼2개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선정업체 성분은 중소기업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대기업 배제론은 시장경쟁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구동성 대기업 배제론을 전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의 특혜와 경제력의 집중이다.

지난 94년 TV홈쇼핑 채널 2개를 선정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맞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소기업 채널이던 39쇼핑은 대기업에 흡수됐다. 이제 홈쇼핑이라는 도화지에는 대기업으로 두 줄이 나란히 그어져 있다.

이번 TV홈쇼핑 추가승인에서 몇 개 업체가 더 선정되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홈쇼핑이 대기업간 경쟁품목(?)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9쇼핑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유통은 산업의 대동맥이다. 산업의 피를 돌리는 유통망이 대기업에 집중되면 다시 자본집중이 재현될 수 있다. 홈쇼핑은 대표적인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채널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 채널을 관장하는 것은 모두 대기업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주체가 되는 그들만의 장이 꼭 필요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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