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에서 이르면 1월 말부터 전화요금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해서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 매우 반가웠다.
이번 전화요금 원가 공개는 지난 1902년 서울-인천간 전화가 개통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요금 원가는 전화선로가 온 산천을 뒤덮고 심심산골 오두막 사립문 앞까지 뻗어 있는 오늘에도 「영업 비밀」이라는 두텁고도 막강한 베일에 가려 있어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이번 정통부에서 발표한 「전기통신사업 회계제도 개편안」을 보면, 우선 「사업자들이 서비스별로 회계를 분리하고 통신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기업 자산을 엄격하게 분리해 서비스별 원가가 보다 정확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그동안 사업자들이 임의로 회계를 분리해 원가를 부정확하게 책정했으며 그 부담을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떠넘겼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기존 전기통신사업 회계제도가 96년에 마련된 것이라고 하니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발전해온 통신기술에 비해 그 규제법안은 황소걸음을 디뎌온 셈이다. 새로 도입되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등의 서비스에 새로운 회계분리 단위를 추가하도록 한 것과 그동안 비공개로 일관해온 정통부의 방침 변경에 환영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일단 과거의 원가 검증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올해의 영업 결과만으로 서둘러 원가를 책정한다는 것은 심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기업이 마음먹기에 따라 회계처리를 자사에 유리하게 한다면 실제로 소비자에게 돌아올 이익은 거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사용자를 위한 개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사정을 봐준다는 느낌이다. 현재의 높은 요금에 대한 기업의 변명에 힘을 실어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삶을 꿈꾸는 이가 아니라면 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집안에 전화 코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인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왕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면 정통부는 요금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고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던 4000만 사용자의 가슴에 쌓인 불만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도록 확실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권용석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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