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할당돼 있는 통신속도를 나눠 쓰는 것이 무슨 불법입니까.』(닉스전자)
『IP공유장비를 사용하게 내버려 두면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한국통신)
IP공유장비 개발업체인 닉스전자(대표 임호순 http://www.synet.co.kr)가 한국통신이 1개 회선에 2대 이상의 PC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약관이 공정거래에 위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것을 계기로 인터넷 요금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전용선과 초고속 인터넷 요금 및 홈네트워킹 시대에 대비한 합리적인 요금체계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IP공유장비란=IP공유장비란 공인 IP 하나를 이용해 여러명이 가상의 IP를 할당받음으로써 여러명이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장비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ADSL 단독상품에 가입해 수명, 수십명이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IP공유장비는 라우터를 비롯, 전용 IP장비, IP공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됐다. IP공유장비가 개발된 것은 현재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4가 용량한계로 곧 고갈될 수밖에 없어 한정된 IP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닉스전자 주장=닉스전자는 한국통신이나 다른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1회선당 1가입자」라는 약관이 크게 잘못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호순 사장은 『IP공유장비는 하나의 회선속도를 여러명이 공유해 사용하는 장비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대역폭을 쪼개서 이용하는 기술』이라며 『대역폭이 추가되는 것도 아닌데 왜 불법이냐』고 반문했다.
또 『앞으로 한 가정에 2대, 3대의 PC가 연결되는 홈네트워킹 시대가 도래하는데 현재의 약관으로는 이러한 홈네트워킹이 모두 불법』이라며 『이러한 약관체계에서는 홈네트워크 산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통신 입장=한국통신 박형출 ADSL사업부장은 『ADSL망은 통신망 설계의 기초인 확률통계 이론을 바탕으로 구축됐다』며 『가입자 중 평균 10% 정도가 접속상태에 있다고 가정하고 망이 설계됐으나 이러한 IP공유기술이 이용되면 특정 가입자가 점유하고 있는 시간이 많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즉 이러한 통계가 어긋나 다른 가입자에게 속도를 보장할 수 없게 되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회선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어 전반적인 요금인상이 불가피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 사업부장은 『이러한 IP공유기술을 그대로 둘 경우 그동안 전용선을 이용해온 기업이나 PC방 등은 이 기술을 이용해 망을 구축, 전용선 사업이 중심인 중소 ISP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IP 추가에 따라 요금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요금체계가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요금 조정론 대두=이번 닉스전자의 고발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동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러한 불법을 알면서도 대응제품이 없어 이를 방치해왔다. 그러나 기업 및 가정용 멀티 IP상품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불법 사용자들을 멀티 IP상품으로 유도했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멀티 IP제품은 사실상 통신사업자가 IP를 무료로 받아오고 속도증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도 IP당 최대 2배의 요금을 책정한 것은 소비자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E1(2Mbps) 인터넷 전용선 요금은 200만원대인 데 비해 최대 8Mbps까지 지원되는 ADSL 요금은 3만9000원으로 싸다는 점, 현재 통신사업자 약관으로는 통신사업자를 통하지 않은 홈네트워킹이 불법이라는 것도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사업자, 소비자, 장비제조사 등이 한데 모여 향후 네트워킹 발전에 따른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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