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81) 벤처기업

정경유착<17>

권영호는 사표를 내고 그날 이후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간부들을 불러서 그를 고발하는 문제를 검토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간부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이견을 내놓았다.

『사장님, 권영호 이사를 고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회사의 이미지가 아주 나빠집니다. 주식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고 대외 신용도도 나빠질 것입니다.』

기술분야 책임을 맡고 있는 윤 이사가 말했다.

『권영호를 고발하면 그 놈은 회사를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그 자는 회사의 여러 가지 비밀을 움켜쥐고 있는데다 창투사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놈입니다.』

부사장 김진우가 덧붙여 거들었다. 그는 최근에 영입한 학교 후배였다. 신용금융회사 이사로 있는 것을 스카우트해서 창투사 부사장으로 앉혔다.

『회사에 비리가 있다는 뜻이오?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준 것도 아니지 않소.』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님. 뇌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각종 로비를 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대접을 했고 선물도 주었습니다.』

『음식을 대접하거나 선물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님.』

부사장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선물이라는 개념으로 주었지만 그것도 대가성 뇌물이라고 몰아붙이면 당합니다. 액수가 적은 물건도 뇌물로 치면 뇌물이 됩니다. 예를 들면, 3000만원짜리 외제 고급 골프채를 선물했다고 가정할 때, 그것이 아무 대가성이 없을 경우라고 해도 뇌물로 인정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큰 돈을 풀어 준 일은 없지만, 성의를 표한 선물들은 했습니다. 그 선물은 대부분이 기백만원에서 기천만원씩 하는 물건들이었습니다. 상대방들도 그 액수가 적은 것이어서 부담 없이 받는 듯했지만, 그것도 걸고 넘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그것을 받은 분들이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일을 권영호가 했단 말이오?』

『저하고 같이 상의해서 하긴 했지만, 권영호가 총괄했습니다. 선물을 한 대상 리스트도 그가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선물을 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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