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80) 벤처기업

정경유착<16>

나는 어이가 없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가 차서 말을 못하고 있자 그는 더욱 의기양양해지면서 거리낌 없이 지껄였다.

『당신에게는 비리가 없다고 하지만, 엄밀하게 따져서 과연 먼지가 안 날까요? 당신은 모르는 일이지만, 회사의 비리는 곧 사주인 당신의 비리가 될 수 있지요. 몰랐다고 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아 듣기 쉽게 말하자면 탈세에 대해섭니다. 국세청에서 정밀 조사를 하면 모든 거래처의 비자금이 드러날 것입니다. 비자금은 한계 이상을 점하고 있었고, 당신은 그것을 로비하는 데 쓴 것이 사실입니다. 비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비자금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날 협박하는 거냐?』

『내가 상대방에게 주식을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장님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날 고발한다면 나도 그에 대응해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냥 이 상태로 서로 끝냅시다. 적지만 퇴직금이나 챙겨 주시지요. 유정의 미를 거둡시다.』

『분명히 너에게 말하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이 수렁에 빠집시다. 나도 모든 자료를 동원해서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 단순히 협박하는 것이라고 들으면 오산입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모든 것을 갖춰놓았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최 부장에게 투자 기업체 사장단의 사생활을 조사한 것을 태우라고 한 모양인데, 그 말을 듣고 내가 모두 복사해놓았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원본은 불에 타서 없어졌지만, 그 사본이 모두 내 손에 있지요. 나는 그 사본으로 당신이 했던 일을 그 사장들에게 공개할 것입니다. 남의 사생활을 조사한 당신의 일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신문에 나면 당신 일이 좋지 않은 방향에서 화제가 될 것입니다.』

나는 화가 나는 것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때 나에게 총이라도 있었다면 그를 쏠 것만 같았다. 총기를 휴대하는 나라인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만연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총기를 함부로 휴대하지 못하게 한 한국의 국법이 나를 살인자에서 구원해 준 기분이 든다. 나는 한 생애를 살면서 내가 가까이 아끼면서 키웠던 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 동안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단순히 월급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기술을 빼돌려 경쟁사로 이적을 하는 직원을 본 일은 있지만, 권영호의 경우처럼 그렇게 믿고 아꼈던 부하가 배신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