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불용재고와 e비즈니스

정대영 일지텔레콤 사장-www.iljitel.co.kr

올해 국내 전자업계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 중 하나는 불용재고다. 최근 들어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급격히 짧아지고 세트업체들이 부품 매입단가를 줄이기 위해 필요 이상의 부품을 구입하면서 각 기업의 창고에는 불용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다. 특수 규격의 부품이 판로가 막혀 재고로 남아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이 분야의 불용재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 수량이 엄청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설사 이 문제를 알고 불용재고를 처리하는 업체들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불용재고를 블랙마켓을 통해 덤핑 처리한다. 그것도 안되면 아예 소각 처리한다. 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불용재고를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아까운 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각종 부품을 적기에 적정하게 구입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불용재고가 생기더라도 이를 제대로 된 유통경로를 통해 처분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불용재고로 남아 있는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경로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그래서 불용재고를 재활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들 부품을 재활용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다. 이로 인해 제품 원가가 오르고 이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연결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불용재고의 체계적인 처리는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기업 경쟁력이 원가절감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고 업체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의 기업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불용재고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국제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위해선 우선 체계적인 생산계획시스템 구축과 불용재고가 바로 「돈」이라는 업체(구매담당자·CEO 등)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자원재분배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이런 노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불용재고를 체계적으로 취합할 수 있는 채널과 이를 품목별·업체별로 분류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적정 수준의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가 국가나 정부에 의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이런 것이 갖춰지는 것을 전제로 효율적인 불용재고 처리 방법을 제안한다. 최근 인터넷의 이용 확대로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간(B2B) 거래가 e비즈니스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답은 바로 이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B2B 거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불용재고의 유통 경로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로 시장을 다변화해 불용재고의 수출까지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국내 e비즈니스 시장에도 상당수의 B2B 전자부품 전문업체들이 e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불용재고 처리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대부분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불용재고보다는 가용부품이나 공급부족 부품 거래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선 정부나 관련 단체가 정확한 불용재고를 파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B2B 전자부품업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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