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반도 초고속망 구축 제안

윤병남 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장 yoonbnam@nca.or.kr

지난 한해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정점으로 남북한이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지나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간 해였다. 대립기간이 길었던 탓으로 본격적인 화해의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반만년의 역사를 비추어 볼 때 이 또한 찰나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는 남북한이 하나라고 생각하고 세계 속의 한반도에서 21세기 정보시대를 이끌어 갈 한민족의 통합을 위해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남한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가 400만 세대에 육박할 만큼 정보통신 분야는 최대 도약기를 이루었다. 이는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급속한 성장으로서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우리나라 동향을 주시할 만큼 자랑스러운 성장이었다. 정부가 80년도 초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보통신기술 개발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와 최근 인터넷서비스가 결합해 이루어낸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발전 기반을 남한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통일 이후에 한민족이 겪을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통일 이전부터 정보교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정치적 통일 이전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문화적 통일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에서도 초고속통신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초고속통신망은 한 나라의 정보통신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5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북한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북한이 초고속으로 시원하게 통신할 수 있는 표준화된 광케이블을 중심으로 한 기간전송망의 선행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에 추진하기에는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통일에 앞서 남북한이 일치된 방향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엄청난 경비와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할 때다.

우선은 주요 거점도시와 대륙 관문도시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광 통신망을 구축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한민족의 통일이 앞당겨질 뿐만 아니라 대륙으로 향한 한반도의 위상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지리상으로 볼 때도 한반도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로 통하는 대륙간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문이다.

세계는 지금 인터넷 열풍에 싸여 있고 신흥 아시아권 국가들은 이를 통해 대륙과 대륙을 잇는 경제적인 초고속 국제회선의 필요성을 실감해가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제회선은 바다를 통해 구축되고 있어 구축과 운영비용이 대단히 많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 엄청난 이용요금 부담이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을 경유하는 대륙간 초고속망이 구축된다면 아시아권과 중국을 통한 유럽 및 알래스카를 통한 미국과의 연결이 더 쉽고 경제적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로써 냉전시대에 막혔던 육로를 통한 통신의 맥이 다시 살아나 한반도가 아시아의 초고속인터넷 허브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막강한 경쟁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또한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는 북한 인력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초고속망 구축을 통한 남북간 정보통신분야 협력은 한반도의 세계적 위상 확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새해에는 「한반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해 남북한 대표가 서로 만나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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