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78) 벤처기업

政經癒着<14>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생각하지 못하고 하라고 했지만, 이제 내가 피해자가 되고 보니 이런 방법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자각이 듭니다. 내 뜻을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투자 대상 기업가의 사생활 조사는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했지만, 투서를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실패였다. 그러나 그 일이 도화선이 되어 나는 혹시 창투사를 경영하면서 다른 오류는 없을까 전체적인 감사를 단행했다. 자체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감사가 있었다. 분기마다 하면서 그 보고를 받고 있지만, 자체 감사라는 것이 대부분이 그렇듯이 형식적인 것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 한 감사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면서 내가 직접 개입했다. 그렇게 되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모든 책임을 맡고 있는 본부장 권영호가 여러 군데서 장난을 친 것이 드러났던 것이다.

권영호는 창업을 준비하는 십여 곳의 벤처기업에서 등록되기 전에 주식을 받아 상당한 돈을 마련했다. 모두 코스닥에 등록이 되었기 때문에 투자 적격업체이기는 했으나, 투자 적격업체라고 항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업체를 선발하는 데 있어 본부장의 의지가 개입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투명하고 객관성을 지녀야 했다. 그리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지닌다고 해도 그 업체로부터 사례를 받으면 불법이었다. 그런데 다른 친척 이름으로 수 만주의 주식을 받았고, 등록이 되자 그것을 팔았다. 그 돈이 여러 곳을 돌다가 나중에는 그의 이름으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사는 부동산에 투자된 것이 밝혀졌다. 친척이나 친구의 이름으로 부동산에 투자된 것을 모두 밝혀내지 못하였을 뿐이지, 실제는 상당히 많은 업체로부터 떡값의 주식을 받았고, 그것을 부동산에 투자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먹고 살기 위해 그런 일을 했다면 양해할 수는 있지만 그 규모가 커서 그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불러 조사한 자료를 그 앞에 내밀었다.

『당신은 두 해 동안 삼십억원 이상 착복한 것 같은데?』

『미안합니다 사장님. 일을 하다 보니 자꾸 가져와서 주는 것을 안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 사표를 써서 가져왔습니다.』

『사표로서 해결될 일이 아닌 듯한데?』

『죄값을 달게 받지요.』

『걱정이 되어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결국 이렇게 해야 되겠소?』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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