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이슈(5)>필드버스

국내 산업자동화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최대 이슈를 「필드버스(fieldbus)」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산업경기가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필드버스의 적용이 꾸준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드버스 시장은 올해 진입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필드버스 =필드 레벨과 컨트롤러 레벨로 나뉘는 산업용 네트워크 중 센서·단일루프제어기·논리연산제어장치(PLC)·모터·밸브·로봇 등 필드 레벨의 기기를 통제하는 차세대 산업용 네트워크 기술로 자동화 분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존 아날로그 통신방식에 비해 다량의 신호를 원거리까지 전송할 수 있고 케이블 등 전송 기자재를 기존에 비해 5분의 1 정도 절감할 수 있어 인력 및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보다 많은 기능을 센서·밸브·모터 등 필드기기로 이전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 기기의 계측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같이 기능은 물론 안정성·경제성을 인정받으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및 세계 시장 현황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ARC에 따르면 필드버스 관련 제품의 출하는 매년 평균 3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전체 필드버스 수요의 40%가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현장에서 필드버스 보급률은 아직 높지 않은 수준. 세계 각국이 프로세스 컨트롤 시스템에 필드버스를 적용해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열세에 있다. 필드버스 기능이 내장된 PLC 등 단위제어기가 선보이는 등 국내 일부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초연구가 수행되고 있지만 업계 전체 필드버스 보급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세계 유수 기업들이 필드버스를 적용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뒤처진 수준이다. 다만 최근 들어 다양한 필드버스 기술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학계·연구소 및 산업체에서도 필드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어 향후 전망은 어둡지 않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초 세계표준(IEC 61158 FDIS)이 제정되면서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관심이 비등하고 있다. 당시 국제전기위원회(IEC)는 유럽·미주·아시아 등지의 30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표차로 필드버스 세계표준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필드버스를 둘러싸고 10년 이상을 첨예하게 대치해온 각국 업체들의 힘겨루기가 일단 마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표준이 프로피버스·컨트롤넷·파운데이션 필드버스·인터버스·피넷·스위프트넷·월드FIP 등 주요 필드버스 프로토콜을 표준으로 한 다중표준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적용현장에 맞게 응용성을 높이도록 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표준의 제정을 시장에 떠넘긴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업체들이 보급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필드버스들이 국내 산업현장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협회나 전문단체 등을 설립해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씨멘스를 중심으로 한 프로피버스 분야 업체들은 한국프로피버스협회를 중심으로 기술세미나·교육을 통해 국내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ODVA코리아를 설립한 디바이스넷 분야 업체들은 국내 제품 개발시 필요한 각종 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파운데이션 필드버스 진영은 다음 달 「F.F. 코리아 마케팅 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인터버스(INTERBUS) 진영과 일본계 산업용 개방형 프로토콜인 CC-링크 역시 국내시장 확산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과제 =필드버스 기술은 공정제어 분야 등 FA분야뿐 아니라 빌딩자동화·교통자동화·환경설비자동화 등 거의 모든 자동화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고 자동차·철도차량·항공기·선박의 제어를 위한 통신망의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기반 기술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그러나 국내 업계·학계에서는 일부 분야에서만 필드버스를 도입하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이 미흡하다. 필드버스 연구·개발에 관한 한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국내 업체의 기술 성숙도, 사업화 능력 및 필드버스 기술의 관심도를 놓고 볼 때 국내에서 필드버스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화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기술이 외국

업체에 의해 장악돼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국가경쟁력 향상 그리고 국민복지를 좌우하는 산업기술의 중요성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정부의 산업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필드버스 역시 외국 업체에 의존도를 낮추면서 정부가 지원을 넓혀간다면 우리 산업현장에 맞는 우리식 필드버스 응용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