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로 머물 것인가, 용이 돼 승천할 것인가.」
뱀의 해를 맞아 이미 이무기의 반열에 오른 국내 통신장비 3강(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장비산업의 헤게모니가 동기(북미)식에서 비동기(유럽)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총체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끌어안고 있는 구조조정 및 내실다지기의 부담도 만만찮다. 이들이 해결해야 할 2001년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삼성전자, 비동기식 장비 개발을 앞당겨라 ● 『인력이 없어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비동기식 장비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듭니다.』(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삼성전자가 비동기식 연구개발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혈안이다. 더이상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장비업계의 강자」라는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이 회사는 내부적으로 오는 2003년 하반기를 비동기식 장비 개발 완료시점으로 잡고 있다. 부랴부랴 비동기 개발인력을 170여명으로 늘린 상태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170명으로는 2003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원을 보강하고 있는데 마땅한 인재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말한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해외 유명업체가 제휴, 용역 개발하는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도 『목하 고민중』이라고 말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LG전자, 수익성을 높여라 ● 구본무 그룹회장이 「현금 확보」를 화두로 던졌다. 지난해 자금악화설에 시달린 것도 아픈 기억이다. 따라서 IMT2000을 향한 통신장비(단말·시스템·네트워크) 부문의 신년 목표도 「해외사업 강화를 통한 수익증대」로 모아진다.
특히 LG전자 정보통신총괄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늘어날 전망인 2.5세대이동전화(IS95C) 장비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대만·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날로그에서 곧바로 2.5세대로 진화하려는 국가의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비동기 IMT2000 장비 시장 선점을 과제로 삼고 있다. 내부적으로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앞선 비동기식 장비 개발 진척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 시장선점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최근 준동하는 「IMT2000 서비스 연기론」에도 『노(No)』라고 잘라 말한다. 서비스 연기는 곧 해외업체에 의한 국내 장비 시장 잠식을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전자, 체력을 보강하라 ● 현대전자의 통신장비사업은 여전히 위기다. 대표상품인 이동전화 단말기 국내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인데다 IS95C·IMT2000 등 차기 수요에 대한 대응력도 뒤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텔슨전자에게 밀리는 치욕까지 겪었다. 개성 서해안공단 조성사업에 따른 통신망 포설계획도 주춤한 상태다. 통신사업 매각설에 시달린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현대전자는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급한 불(자금압박)을 껐다. 이를 계기로 현대전자는 완전한 「그룹이탈」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아예 올 1·4분기 중에 회사명을 바꿀 태세다.
우선 1월 중으로 이동전화 단말기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어 미국 오디오복스(AudioVox)를 거점으로 단말기 공급을 늘리고 남미 등지로 수출대상국가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인도에 첫발을 디딘 CDMA 무선가입자망(WLL) 장비사업도 최소 1억2000만달러를 확보했다. 결국 현대전자는 통신장비 수출을 통한 자생력 배양을 화두로 끌어안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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