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선종 원장
IMT2000 사업자 선정이 채 끝나기 전에 서비스 도입 시기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연기론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하나는 국산 비동기 장비 개발이 끝나기 전에 외국장비가 들어오면 국내 무선통신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논리다. 또 하나는 IMT2000서비스시장에 대한 투자전망이 아직 어둡다는 것이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IMT2000시스템 국내개발이 원래 계획대로 완료돼 있었다면 3개 사업자 후보가 어느 쪽을 선호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느 국내업체가 납품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지, 지금처럼 국가경쟁력·산업정책적 측면을 갖고 고민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먼저 개발한 동기식시스템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을 거둔다면 20% 미만으로 예측되는 세계 동기식시장을 40% 이상까지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전자 등 동기식 제조업체들의 논리다. 이들은 동기식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15∼20% 정도의 기술상 차이가 나는 비동기식도 조만간 경쟁력있는 제품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비동기식 IMT2000장비시장도 CDMA기술 축적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제품개발에 나선다면 에릭슨·NTT도코모·모토로라 등과 경쟁하는 데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3개 IMT2000서비스 사업자들이 동기든 비동기든지 간에 국산개발품을 써줘야만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99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 시장규모는 104조원으로 정보통신서비스분야가 18조원, 국내외 장비판매 매출이 86조원에 이른다. 정보통신서비스는 2차 시장창출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장비제조업 매출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서비스 시기다. 한국통신·SK텔레콤이 사업계획서에 밝힌대로 예정된 시일내에 비동기 IMT2000서비스를 실시한다면 외국장비 수입이 불가피하다. 무선인터넷이 차지할 세계시장 규모와 비중을 고려한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초기 외국장비로 IMT2000 망구축이 이뤄진다면 통신서비스 특성상 호환성을 고려해 외국장비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10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놓치고 정보통신분야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국산장비 개발시점을 고려해 IMT2000서비스 도입시기를 원래 2002년 5월에서 현재 ETRI를 중심으로 개발중인 국산 비동기시스템이 상용화되는 2003년 10월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내외 IMT2000서비스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
비동기식사업자로 선정된 회사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빨리 서비스를 개시하려 하지만 IMT2000서비스 특징인 국제 로밍과 영상정보를 전송하려면 아직 1∼2년 정도의 성숙과정이 필요하다. 이 점은 일본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제 로밍은 기술문제뿐만 아니라 방문국 서비스 범위, 요금정산제도, 휴대전화 반입제도 등 국가간 운영제도에 대한 개선안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상정보와 국제로밍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IMT2000서비스가 2002년까지 기존 2세대 서비스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현재 1조원 넘게 투자해 IS95C(cdma 1x)서비스를 도입하는 2세대 망진화를 준비중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자들이 당분간 144Kbps급 무선인터넷을 향한 서비스 콘텐츠 제공 기술 확장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수익성면에서도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 새로운 이동전화서비스 도입을 위해 1조3000억원씩 출연금을 납부한 후 다시 수조원을 망구축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상용서비스 연기 주장은 이런 면에서 깊이 생각해야 할 정책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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