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전망대>시무식에 난데없는 음악감상

○… 서정욱 과기부 장관이 지난 2일 열린 과기부 시무식 도중 난데없이 미리 녹음해 온 「베토벤교향곡」을 틀도록 해 과기부 관계자들이 어리둥절.

서 장관은 시무식 도중 갑자기 『음악으로 마음의 연하장을 전하고 싶다』며 베토벤교향곡 9번 합창 중 「환희의 찬가」를 들려준 것.

예고없던 「깜짝쇼」에 꼼짝 못하고 18분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새해를 시작했던 과기부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오죽했으면 장관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겠느냐』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들.

서 장관은 『경제위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운 판에 베토벤의 곡처럼 환희에 찬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휴기간 중 마련한 것』이라며 과기부 직원들이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

문승의 전 기상청장, 와병소식에 침울

○… 부산대 교수 출신으로 기상청장에 부임해 지난 한해 기상청 신청사 확보, 기상전용 슈퍼컴퓨터 도입을 비롯한 기상청 관계자들의 숙원을 해결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던 문승의 기상청장이 지난 연말 지병을 이유로 사퇴하자 기상청관계자들은 물론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이 안타깝다는 반응들.

기상학자 출신인 문승의 전 기상청장은 재임시 기상청 개혁작업은 물론 예산확보에 주력해 기상관련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했으나 업무과중 등으로 인한 지병이 생겨 투병중이었던 것.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해 말 투병중인 문승의 전 기상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관련 수석비서관을 통해 난과 금일봉을 전달.

ETRI 원장, 이번엔 정통부 장관설

○… 오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선종 ETRI 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차기 정통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면서 ETRI가 온통 설왕설래.

지난 연말 차기 한국통신(KT) 사장으로 거론됐던 정 원장은 정작 이상철씨가 KT 사장으로 취임하자 이번엔 이달말로 예정된 개각과 관련해 유력한 정통부 장관 후보로 연구원들 사이에서 자가증폭되는 양상.

이에 대해 정선종 원장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새해 덕담치고는 최고』라는 반응과 함께 표정관리에 나서는 등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

ETRI의 한 관계자는 『호남출신인 정 원장의 정통부 장관 입각설은 현 정부들어 장관이 경질될 때마다 매번 나오는 단골메뉴이기는 해도 이번엔 연구소 구성원들 사이에 실전상황처럼 자주 오르내리는 게 사실』이라고 해명.

KAIST노조 장기파업에 교수들 벙어리 냉가슴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시설직 민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KAIST노조의 농성사태가 4일로 88일을 넘어서고 파업이 해를 넘겨 23일째 계속되자 KAIST교수와 학생들은 『최덕인 원장과 과기부는 뭐하고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

특히 조기타결을 기대하며 그동안 참아온 이들은 최근의 강추위로 보일러가 동파되고 일부 실험실과 시설들이 정전으로 엉망이 되자 『도대체 책임지고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인사가 없다』며 하소연.

KAIST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측은 그동안 조속한 타결을 기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였으나 조만간 행동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설직 민영화를 둘러싼 학교측과 노조간의 대결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전망.

KAIST파업사태는 현재 노사간 대화가 진행되며 큰가닥은 잡혀가고 있으나 원론적인 대화만 오갈 뿐 노조측이 요구하고 있는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노사 동수의 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진전은 거의 없는 상태.

KAIST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유의 사태에 기가 막힐 뿐』이라며 『신입생 입학 등 학사행정마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우려.

이에 대해 과기노조 관계자는 『KAIST의 50억원 예산증액으로 시설 민영화 명분이 없다』며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진전이 없어 답답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토로.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