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 (574)

政經癒着<10>

『내 직책이 직책인 만큼 기업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받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내가 사는 것을 이해해 주시오.』

그는 좀 전의 은근한 어투와는 아주 딴판인 말을 하였다. 계산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는 자리여서인지 그는 아주 당당하고 큰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진 국장과 헤어진 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누가 그런 투서를 보낸 것일까. 누가 무슨 이유로 나를 모함하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창투사나 증권사 임직원 가운데 혹시 내가 부당하게 대우한 자는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창투사가 계속 성장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한다고 퇴직시킨 직원도 없었고, 특별하게 부당한 대우를 해서 불이익을 준 자도 없었다. 투서의 내용으로 보아서 창투사와 관련된 임직원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작전세력을 만들었다고 하는 사실은 창투사의 간부들만이 아는 일이었다. 반드시 작전세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작전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곳은 창투사의 간부들이었다. 간부라고 해야 너댓명에 불과하다.

나는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투서에 대한 걱정보다도 가까운 누군가가 나를 배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해서였다. 나는 잠자리에 들어 돌이켜보며 자문하였다. 나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 점의 부끄럼이 없이 결백한가. 나는 상당히 결백한 것같이 행동하고 있지만,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정도로 정당할까. 다른 말로 한다면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국세청이 조사를 할 경우와 주식거래 감독기관이나 증권사를 감독하는 금감원에서 조사를 한다고 해도 한 점 잘못된 것이 없는가 자문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그것이 법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도덕적으로 결백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음날 회사로 출근해서 제일 먼저 창투사의 최 부장을 불렀다. 그는 조사 부장으로, 투자하려는 업체의 자본 능력이나 회사 전반에 대한 것을 조사하는 부서에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업체의 사장 사생활도 조사했다. 왜냐하면 기업체를 이끌고 나가는 사주의 사생활이 어떤가 하는 문제는 그 사업이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에 대한 초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때로 남의 뒷조사를 하는 사생활 침해 요소도 있었다.

『최 부장, 한 해 전에 한라DNA닷컴이라는 회사 대표 캔디 오에 대한 조사를 한 일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