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발이 좋다

출발이 좋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가 2일 발표한 반도체업체의 지난해 매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매출이 대폭 증가해 각각 4위와 9위에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 3위 진입을 눈앞에 뒀으며 현대전자 역시 사상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이같은 성적표에 적잖은 사람들이 놀란다. 지난해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D램 가격 폭락의 여파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해 불황으로 국내 반도체업체의 성적이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지난해말 가격이 떨어졌으나 상반기에는 예상 밖의 호황을 누렸다. 또 가격폭락도 현물시장에서의 일일 뿐 고정거래처에 대한 공급 시장에서는 소폭 떨어졌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오해하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한마디나 국제 현물시장의 하루 가격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언론뿐만 아니다. 정책 당국 역시 가격동향에 대해 수시로 대책자료를 내는 등 부산을 떨었다.

국내 수출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언론이나 정책당국이 반도체 가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정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부문 대표는 『현실과 맞지 않는 가격관련 보도로 무형·유형의 큰 손실을 봤다』면서 『올해만큼은 이러한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퀘스트의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1%다.아남반도체 등 기타 업체나 앞으로 가세할 동부전자 등까지 포함하면 올해 10% 이상을 점유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쓰는 10개 반도체 가운데 하나가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걸맞은 위상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업체가 세계 D램 시장 1, 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나온 부정적인 시장 전망에 휘둘렸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국내 업체들도 정보를 적극 공개함으로써 시장 전망을 주도해 적어도 제3자의 훈수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번 데이터퀘스트의 발표는 새해 벽두부터 나온 좋은 소식이다.

좋은 출발이 올해 내내 이어졌으면 하는 것은 담당기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