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국내 컴퓨터 산업의 국제 경쟁력 소프트웨어 수출로 돌파하자.」
뱀띠해 신사년의 첫 아침을 여는 붉은 태양이 새로운 희망과 불굴의 의지를 간직한 채 불끈 솟아올랐다. 지난해 닷컴 위기론과 벤처기업 회의론에 밀려 다소 의기소침해 있던 중견 소프트웨어(SW) 및 시스템통합(SI)업체들의 CEO와 수출 영업팀들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수출전선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소프트웨어지원센터 입주업체였다가 최근 졸업한 설비관리 전문 소프트웨어업체인 이메인텍의 권중근 사장(41)은 신년 벽두부터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유닉스 환경하에서 운용되는 설비관리시스템을 개발, 국내 시장에 공급해온 이 회사는 올해를 설비관리시스템 수출의 원년으로 삼고 현재 중국의 렌샹그룹·화능그룹 등과 중국내 진출방안을 협의중이다.
이미 양 회사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상태인데 본 계약이 성사될 경우 중국 최대의 정보기술(IT)업체인 렌샹그룹을 통해 설비관리시스템의 중국내 영업을 개시하고 발전소기업인 화능그룹에 설비관리시스템을 공급하는 개가를 이룩하게 된다.
권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설비관리시스템은 오라클의 개발도구인 디벨로퍼2000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중국내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오라클의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접속력이 뛰어나다』며 중국시장 진출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권 사장은 중국진출의 물꼬를 트면 현재 중국정부에서 건설을 추진중인 중국 변방지역 50∼100여개 공항에 시설물관리시스템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웹에디터 전문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사장(38)은 지난해부터 미국 보스턴, 새너제이 등 지역에 위치한 협력업체들을 방문하고 미국의 제품개발 동향과 인력현황 등을 파악하느라 일년의 절반 정도를 미국에서 살다시피하고 있다. 작년 미국·프랑스·일본·대만 등 지역에 웹에디터를 수출, 20억원의 수출을 달성한 데 이어 신년에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모는 장기적으로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미국 최대의 컴퓨터 유통업체인 컴퓨USA에서 프런트페이지에 이어 이 분야 2위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도 2001년을 해외수출 원년으로 잡고 있다. 그 시작은 일본이다. 작년 12월 일본 도쿄 한화재팬 빌딩내에 지사를 설립, 현지인을 포함 4명의 인원을 파견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는 우선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 지금까지 패키지 SW의 일본 수출이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나 번들 위주로 이뤄진 데 비해 안철수연구소는 자사 상표를 달고 해외 유명 제품과 겨룰 계획이다.
특히 초기 수출 금액 3억여원 전부를 마케팅비용으로 재투자할 정도로 안철수연구소는 일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올해 일본 시장 수출목표는 30억원이다.
ERP 전문기업인 영림원소프트랩의 권영범 사장.
지난해 12월은 그에게 유달리 분주한 시기였다. 1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출장을 다녀왔는가 하면 그 다음주인 21일에는 일본 디디비사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을 실시간 협력체제로 연결하는 것만이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권영범 사장의 평소 지론을 실현하기 위한 교두보였던 것.
영림원은 중국 과학연구소 산하의 자동화연구소팀과 중국어 버전을 공동개발, 중국 시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이어 일본과는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늦어도 오는 3월까지는 일본 현지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할 계획. 특히 일본 디디비사의 경우 한국지사인 리엔디디비가 영림원의 ERP솔루션을 통해 업무효율이 증진되고 있다고 보고 일본 본사에서도 이 제품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영림원의 일본진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SW수출의 산파인 핸디소프트도 올해는 해외수출에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XML솔루션즈 및 네온사와 제휴를 맺고 제품을 공동개발한 핸디소프트는 올해 미국과 동남아 시장을 비롯, 전세계를 아우르는 수출 대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핸디소프트는 국내 경기침체로 여타 기업들의 보수적인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두 배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은 『지난해 400억원보다 두 배 가량 성장한 735억원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며 장담했다.
SI업체들도 올해 해외시장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0년대 중동신화로 해외진출 붐을 일으킨 건설산업의 역할을 이제부터 SI가 이어 나간다는 각오다.
국내 최대 SI업체인 삼성SDS의 김홍기 대표도 국내 영업은 담당 임원에게 맡기고 한해의 절반 이상 중국이나 미국, 유럽 지역에서 뛰고 있다. LGEDS시스템의 오해진 사장은 『최근 미국 EDS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려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해외시장 진출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해외시장을 돌아다니느라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현대정보기술의 한 해외 영업담당 임원은 『연초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를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이들 주요 SI업체들 대부분은 올해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대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시스템통합연구조합의 김광호 이사장(포스데이타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해외 SI사업 수주는 국내 SW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SI업계간 공동 대응 방안을 현재 마련중』이라고 강조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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