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e코리아]홈네트워크「디지털가정」3~4년 후면 생활곁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 수십개로 화면이 다중분할돼 있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속 한 화면으로 회사 데이터베이스(DB)를 검색해 기획서류를 작성하고, 다른 화면으로는 주식시황을 살피면서 주식을 몇주 산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위성안테나로 수신한 CNN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교생활에 바쁜 부인을 위해 TV를 통해 냉장고속을 살펴보고 홈쇼핑업체에 음식재료를 주문한 뒤 세탁기를 돌리고 최신곡을 다운받아 화려한 동영상과 함께 음악감상에 들어간다. 배달된 음식재료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원하는 음식 이름과 부인이 돌아올 시간을 설정, 귀가한 부인과 주문형비디오(VOD)로 최신영화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즐긴다.

국내 디지털 정보가전 분야의 선두업체인 삼성전자가 불과 3∼4년 뒤 우리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는 미래 가정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디지털 어드벤처를 오픈하면서 홈 네트워크 기반의 「디지털 홈 존」을 마련해 일반인들이 미래 가정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상상력을 동원한 「디지털 홈 존」은 디지털TV와 냉장고를 홈 네트워크 중심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는 이미 디지털 핵심기술인 「홈 와이드 웹」을 개발, 디지털TV에 별도의 도메인을 부여해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장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디지털TV에 접속, 모든 전자제품을 원격제어하는 미래 디지털 가정 실현의 토대도 마련했다.

불과 20여년 전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지금과 같은 사이버공간의 대중적 활용은 미래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는 하나의 이상적인 콘셉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일단 그 효용성이 인정된 이후 폭발적인 기세로 보급돼 이제는 실생활에서 도저히 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정보취득, 문화흡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홈 네트워크의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 모든 가정기기와 정보기기를 리모컨 하나로 조작하는 미래형 주택은 말 그대로 미래의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는 하나의 콘셉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용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초고속 네트워크의 표준이 속속 등장하고 그 효용성에 대한 확신이 일반인들에게 소게되면서 지금까지 상상속에 존재했던 다양한 가정문화의 변화가 불과 3∼4년 후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홈 네트워크의 정착은 또 병원을 가정으로 끌어들여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더욱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9년부터 PC를 매개로 하는 원격진료서비스를 시험 실시하고 있는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3∼4년 후에는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 건강상태를 자동확인하고 데이터를 건강검진센터로 전송, 문제가 있을 경우 결과를 통보하는 시스템이 정착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종합기술원·바이오넷·멕·다일정보 등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에서 혈압·맥박·혈당·심폐기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재택의료기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세대 의용계측기기센터 윤형로 교수는 『센서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변기에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요당이 자동측정될 뿐만 아니라 측정치가 의료센터에 그대로 전송돼 다음날의 적정 식단표가 디스플레이 장치에 표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시제품 형태로 출시되기 시작한 네트워크 정보가전과 의료기기는 앞으로 높은 고객 접근성을 확보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실 원격조정으로 대표되는 홈 오토메이션은 10여년 전부터 우리 사회 일부에서 활용돼 왔으나 복잡한 조작방법과 기기단위의 개별적 활용으로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첨단 사이버아파트의 네트워크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VOD코리아의 나종화 사장은 『홈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가정문화의 변화는 앞으로 2∼3년 안에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음성인식기술의 발달과 DNA칩의 개발 등은 고도의 편의성을 지원해 대중화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e코리아 시대」의 가정문화. 이제는 이미 상상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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