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라는 직업이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직종은 「Chief Resource Officer」의 약자로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친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직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물론 도움말 작성이나 메뉴에 들어가는 단어선택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지만 소프트웨어 제작에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래너」라는 직종도 생겼다.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CD롬 타이틀 등 각종 멀티미디어 제작물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전과정을 기획하고 연출한다.
멀티미디어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콘텐츠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전문지식 외에도 영상·음반·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의 지식도 두루 겸비해야 한다.
정보통신과 디지털이 주도하는 e코리아에서는 이처럼 세분화된 영역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명 「e마스터」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계급은 단순히 정보기술로 무장한 기계인간이 아니라 감성·직관력·상상력·개성 등을 갖춘 복합형 인간으로 정의될 수 있다.
정보통신부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예전처럼 기술력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획일적이고 굳은 의식의 틀이 아닌 유연한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따라잡으려면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신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된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정보통신분야의 유망 직종으로는 시스템 엔지니어, 리눅스 프로그래머,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사, 웹마스터, 네트워크 전문가, 인터넷 정보검색사 등 잘 알려진 직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밖에도 좀더 세분화된 영역에서 다양한 신직업군이 밀려들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연계된 e비즈니스 환경이 신조류를 형성하면서 사이버공간을 주무
대로 활동하는 직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쇼핑몰 마케팅이나 사이버 중개업을 수행하는 웹프로모션 프로듀서나 인터넷이 신광고매체로 자리매김하면서 등장한 웹 카피라이터, 가상공간 퍼포먼스의 세트를 디자인하는 가상세트 디자이너 등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방송자키는 이미 확실한 전문직으로 입지를 굳힌 인기 직종이다.
최근 한 조사기관이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6.8%가 취업을 가장 희망하는 업종으로 정보통신부문을 꼽았다.
또 향후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직종은 웹디자이너(18.3%)가 수위를 차지했으며 정보통신 전문가(10.5%), 인터넷 전문가(7.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망 직업들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이나 취득하기도 힘들다. 「평생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처럼 일터의 이동성이 커지고 전문 프로젝트에 대한 임시 계약직을 선호하는 최근 성향을 고려할 때 e마스터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아직 국내에 새로운 전문분야 인재를 길러낼 만한 양성소가 없다는 것과 이들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직까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매일 전문분야의 신지식을 습득하고 남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장점을 발굴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각 부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21세기에는 자신이 속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보다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로근성과 애정은 가장 기본적인 e마스터의 요건이라는 것이 그들의 충고다. 오늘도 이들은 21세기 e코리아에서 자신들이 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 부상하기를 기대하며 늦은 밤 PC를 켜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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