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개발한 「꿈의 신기술」이 점차 우리의 시야로 들어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걸어다니면서 혹은 버스안에서 휴대폰으로 e메일을 확인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무선인터넷은 그저 먼 훗날의 일로나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는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인터넷」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첨단 기술의 발전속도는 생각의 속도를 넘어섰고 올해에도 상상속에 존재하던 것들을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자리잡게 해줄 것이다.
2001년 전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궤도에 오를 IT기술과 21세기 초엽의 화제로 떠오를 신기술들을 살펴봄으로써 세계 IT업계의 발전 방향을 점쳐보고 이와 함께 e코리아의 IT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본다. 편집자주◆
◇음성인식기술
80년대 인기를 모은 TV외화 시리즈중에 「전격 제트작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화려한 액션과 적당한 로맨스가 곁들여진 내용이 인기의 비결이었지만 이 외화 시리즈가 당시 국내에서는 무명에 가깝던 주인공(데이비드 핫셀호프)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하며 인기를 끈 데는 그의 콤비 「키트(KITT)」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외관상으로는 그저 잘빠진 검정색 스포츠 카로 보이는 키트는 당시 TV를 시청하던 어른들은 말도 안된다고 손을 휘저을 정도로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다름아닌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그 말대로 작동하는 「음성인식기능」이다.
주인공이 「키트!」 한마디만 하면 저절로 시동이 걸리고 곧바로 주인공의 앞에 와서 문이 열린다. 운전중에도 주인공의 지시에 따라 창문이 여닫히고 TV·오디오 등 각종 기기가 조작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키트의 놀라운 성능은 TV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키트같은 차를 한대씩 갖고 싶어했지만 이는 그저 한낱 꿈에 불과했다.
이러한 꿈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지금 키트는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기계가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그 명령을 수행하는 「음성인식」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음성인식기술은 사실 키트가 등장하기 전인 80년대 초부터 연구됐다. 하지만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에 대한 처리속도 또한 워낙 느려 개발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다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드디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서비스 도입이 예상된다.
현재 음성인식 기술은 두가지 분야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차량이다.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운전중에 차안에 설치된 기기를 작동시키다가 사고가 날뻔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야말로 가장 음성인식 기술이 필요한 기기일지도 모른다.
이미 세계 자동차 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음성인식 기술을 응용한 시스템 개발을 마친 상태이며 올해부터는 전차량에 음성인식 시스템을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음성인식 기술은 인터넷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이용자가 전화를 걸어 인터넷상의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음성포털」은 올 한해동안 「제2의 포털전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에서 소외되어 있던 저학력층과 빈곤층도 인터넷에 대한 지식과 PC같은 고가의 단말기 없이도 인터넷을 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디지털디바이드(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제한적이긴 하지만 음성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텔미네트웍스·텔서프 등은 올해부터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정확도의 문제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종류도 보다 다양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는 인터넷을 「듣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치측정시스템(GPS)
「전격제트작전」에 등장하는 키트는 음성인식 기능외에도 위성을 통해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위치측정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장착하고 있었다.
GPS는 지난 70년대에 미국 정부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위성과 GPS수신기 사이의 전파도달시간을 측정하여 위성∼수신기간의 거리를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당초 군사용으로 GPS를 개발한 미 정부는 GPS의 악의적 사용을 막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의도적으로 방해전파를 내보냈고 이로 인해 민간 사용자들은 정확도가 떨어진 GPS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미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면서 GPS는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 100m가 넘는 오차를 보이던 GPS가 반경 20m 이내로 줄어듦에 따라 GPS는 2001년 IT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GPS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다. 차량에 GPS를 설치하여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자동항법장치 즉, 내비게이션시스템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고 본격적인 상용화 과정만이 남은 상태다. 특히 올해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GPS 설치가격이 대폭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GPS가 차량 구입시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GPS는 휴대폰에도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에 GPS가 장착되면 휴대폰 사용자들은 응급상황 발생시 통화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은 응급환자의 신속한 구조와 범죄발생시 경찰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내년 후반기까지 모든 휴대폰에 GPS 장착을 의무화 한 상태다.
한편 휴대폰에 GPS가 장착되면 사용자에게 황당한 일도 많이 일어날 것이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면 자신의 휴대폰 화면에 무수히 나타나는 근처 식당의 광고에 귀찮아 할지도 모른다. 또 근무시간중 사우나에 가서 단잠을 즐기다가 직장 상사에게 위치를 파악당해 곤욕을 치르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질 것이다.
이밖에도 올해에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기술」이 아닌 「서비스」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실의 잡다한 선을 없애줄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Bluetooth),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줄 위성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휴대폰의 기능이 결합되어 과연 PC 계열인지 통신기기 계열인지 구분이 어려운 스마트폰(또는 커뮤니케이터), 국내 방송뿐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AM·FM방송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라디오 등 그동안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멋진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90년대 초 스웨덴의 에릭슨이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연구하기 시작한 블루투스는 올해 가장 각광받는 기술중 하나가 될 것이다. 블루투스가 상용화되면 사무실의 먼지를 독차지하던 모든 선은 사라지고 더이상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지난 90년대 후반이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한 「온라인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블루투스가 만드는 「노(No)라인시대」가 될 것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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