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방사능폐기물처리>하-국내 현황과 대책

「우리 지역에는 절대 안된다」는 이른바 님비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 국민에게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후보지라는 운만 떼도 난리가 난다. 그만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건설은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마냥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나 원전 사업자인 한국전력측의 주장이다.

한국전력이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모두 16기. 여기서 나오는 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 16기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이 누적되는 가운데 오는 2008년부터는 현재의 원전부지내 임시보관용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 항구적인 전용처리장의 건설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사실상 정부주도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물건너갔으며 데드라인인 오는 2001년까지 처분장 건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공모중이다. 마지막 정책 선택일지도 모를 핵폐기물 처분장 확보에 정부가 주사위를 던진 것은 이 문제가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전력소비량은 에어컨·컴퓨터 등의 보급증가로 연간 4365kWh로 매년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이처럼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처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석탄·가스·원자력 등 발전원을 다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1년 내지 1년반 동안 연료교체 없이 전력생산이 가능, 에너지 비축효과가 있고 원전 내부와 해외에 각각 6개월분의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발전부문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체의 약 20% 수준이나 2030년에 가면 33.6%로 늘어나 발전부문의 감축없이는 그 절대량을 줄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발전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정수준인 kWh당 0.115㎏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전세계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발전량을 전체 발전량의 32.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산업자원부가 내놓은 제5차 장기전력수급계획(1999∼2015년)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원전 14기가 추가로 건설돼 원전 설비용량 2605만㎾로 국내 총발전량의 33.0% 이상으로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전의 확대는 그 특성상 원전폐기물 및 앞으로 생겨날 원전 폐쇄로 인한 방사성폐기물의 증가로 환경오염과 방사능누출 가능성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핵폐기물 처리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용처리장 없이 원전부지내에 임시보관하고 있는데 장갑·걸레·각종 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능력은 총 9만9900드럼이지만 현재 5만5900드럼이 찬 가운데 울진저장소는 2008년, 월성은 2009년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되는 사용 후 연료의 저장능력은 9803드럼이며 현재 4314드럼이 저장된 상태다. 이마저 오는 2006년 월성을 시작으로 점차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간저장시설 건설 때까지 저장소내 조밀저장 등으로 버텨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이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영구처분시설에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격리하기 위한 처분장을 건설하려면 지역주민 의사를 존중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부지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산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6월부터 내년 2월말을 시한으로 처분장 시설부지의 공개유치를 진행중이다. 아직까지 드러내놓고 공식적으로 신청한 곳은 없지만 전남 섬지방 등 2, 3군데가 유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측은 적정 후보지로 임해지역 60만평 규모 자연환경 및 인문·사회적 요건에 부합되고 관련 법령상 부지 위치기준에 적합한 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물론 공모인 만큼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마땅하다. 특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명한 정보공개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주체인 한전측은 부지가 결정되는대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오는 2008년까지 짓는다는 방침이며 1단계로 10만드럼 규모로 건설한 뒤 점차 총 80만드럼 규모로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은 재활용이나 영구처분 등 처리에 대한 최종정책결정 등을 고려해 오는 2008년까지는 건설에 착수, 2016년부터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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