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텃밭「失地위기」

국내 최대 오라클 수요처인 삼성SDS가 최근 오라클 솔루션 일변도 사업을 지양한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정보기술(IT) 업체와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오라클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삼성SDS는 지나치게 오라클 솔루션 중심의 IT 프로젝트에 치중해왔다고 평가하고 사이베이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오라클 경쟁사의 IT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사업에 활용하는 것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개최된 미국 컴덱스전시회 기간에는 김홍기 삼성SDS 사장이 미 사이베이스 CEO를 만나 향후 IT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비공개 협정으로 맺어진 이번 제휴는 특히 삼성SDS가 향후 추진하는 IT프로젝트에 DB를 비롯한 사이베이스 솔루션을 우선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이베이스 기반 부가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며 전략적인 신사업을 위한 글로벌한 합작사 설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삼성SDS는 최근 발표한 통합형 기업정보화 솔루션인 싱글2000을 MS사의 SQL서버2000 DB 기반으로 개발하는 등 MS와 사업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SDS는 「오라클의 맹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오라클 영업과 매출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SDS는 오라클로부터 연간 신규 DB 물량 100억원을 비롯해 DB분야에서만 150억원 가량을 오라클에 벌어주고 있다. 이는 오라클 DB 매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며 오라클 연간 매출(2000 회계연도 기준) 가운데서도 10% 이상을 차지하는 상당한 물량이다.

이같은 정량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SM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S의 역할상 오라클DB 등을 삼성그룹의 사실상 표준 플랫폼으로 가져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각종 외부 프로젝트에도 오라클 솔루션을 적용하면서 다양한 참조사례를 만들어내는 등 오라클 솔루션과 기업 자체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오라클의 든든한 우방이었던 삼성SDS가 「탈 오라클」을 선언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나선 것은 넓게는 글로벌한 IT사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오라클에 대한 「섭섭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몇개월 전부터 해외 전문업체로부터 솔루션을 단순 공급받는 형태의 기존 사업은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전략을 모색해왔다. 즉 핵심 솔루션을 해외업체로부터 제공받더라도 최소한 전체 기능 가운데 일정 부문은 공동개발을 추진하거나 가능하면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직접 탑재한다는 것.

더 나아가 삼성SDS가 전략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이들 외국 IT업체가 단순한 솔루션 공급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로서 일정한 역할을 해주는 방향으로 솔루션 사업 협력의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IT솔루션 업체 가운데서도 해외 진출에 가장 든든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오라클이 예상 외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삼성SDS와 오라클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오라클측은 이에 대해 삼성SDS와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오라클 본사 및 지사 차원에서 사업협력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만큼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대답으로 항간에 떠도는 결별 혹은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을 부인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SDS가 오라클과의 향후 비즈니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IT업체와 손을 잡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IT서비스 업체와 솔루션 업체간의 관계 특성상 완벽한 결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내에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오라클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고 삼성SDS 내부에도 오라클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많아 이를 다른 솔루션 전문가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교육과 투자가 필요하며,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그룹사 외부 프로젝트에서는 SDS의 솔루션 선정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과 오라클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지 여부와 이것이 국내 IT솔루션 시장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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