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총화로 빚어낸 첨단기기를 이제 봐서 아쉽다. 군도 과학화·정보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길형복 육군 참모총장이 대덕연구단지 기관장협의회의 초청으로 홍선기 대전시장과 연구단지 기관장 등 50여명이 모인 지난 21일 만찬회장에서 군에 대해 자아성찰적인 심경을 피력한 말이다.
좋게 해석하면 군의 과학화·정보화를 위해 민·연·군 협력이 필요한 것이고 굳이 뒤집어 보면 국방기술의 총대를 메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민간과 연구소의 기술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시대흐름이라는 냉철한 현실인식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연·군 협력은 군의 가능성 있는 기술은 상품화하고 군에 이용될 수 있는 민간기술은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지난 달 열린 국방과학연구소의 국정감사에서는 연구원들의 처우와 인력 이탈이 가장 큰 이슈가 됐었다. 올해만 140여명의 연구인력이 이탈했으며 월급체계도 박사급 10년차가 출연연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처우로는 고급인력이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국감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대덕밸리에서는 민·연·군 기술협력이야말로 군도 살고 벤처와 연구소도 사는 「윈-윈-윈」전략의 새로운 돌파구가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 보조라도 맞추듯 이날 행사 주관자로 3군본부 요인을 초청한 전자통신연구원 정선종 원장은 『3군본부 지도자와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발전기회를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의 자리는 지난 8월 3군본부 초청으로 연구단지 기관장들과 군수뇌부의 회합 이후 두번째 모임이었지만 그동안 뚜렷이 민·관·군이 협력하는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육군 참모총장이 『각군 참모총장들이 연구단지를 돌아봤으니 실무진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고 제안한 만큼 실질적인 협력체제를 갖기 위해 민·연·군이 함께 참여하는 실무협력위원회라도 만든다면 서로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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