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국가정보화 정책을 최측근에서 보좌할 정보화수석비서관 직제의 신설이 공론화됐다는 소식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남궁석 의원(민주당)이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정보관리관(NCIO)을 두고 정보화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며 독려하고 있다며 『정보화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에 정보화수석비서관급의 NCIO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한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답변에 나선 이한동 국무총리가 정보화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점에서 남궁 의원의 발안에 동감했다는 사실이다. 이 총리는 나아가 『청와대에 정보화수석비서관 직제를 신설하는 문제를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총리의 답변은 물론 『기회가 닿는 대로』라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기국회에서 정보화수석 직제 신설안이 공론화됐다는 것은 일단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번 공론화는 더욱이 지난 98년 정부 조직개편 때 대통령 직속의 지식사회위원회 설치안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한 이후 다시 거론됐다는 점에서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업계에도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남궁 의원의 질의 내용에도 언급돼 있듯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정보화는 전체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하나인 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국가정보화의 중요하고도 원대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처별 이해관계에 따라 관련정책이 집행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 국가정보화 정책의 집행 과정이 그 본질보다는 부처간 업무조정과 같은 부차적 문제의 해결 방안이 더 중차대하게 부각되는 양상을 보여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국가정보화 정책을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관할하는 정부 직제 시스템은 미국·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서구 선진국들에서 이미 보편화되고 있으며 그 효율성 역시 속속 검증되고 있는 추세다. 전세계가 감탄해 마지 않은 미국의 신경제 신화가 이 같은 직제를 기반으로 창조됐음은 물론이다. 이런 사례에 고무돼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동일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선 것도 우리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말 당시 체신부·상공부·과기처 등 관련부처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간전산망조직위원회가 구성돼 행정전산망 등 5대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강도 높게 추진된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정보화수석비서관제 신설 공론화는 일단 정통부를 해체하고 정보화 정책 부문은 대통령 직속의 지식사회위원회 중심으로 흡수하자는 지난 98년 개편안에 대한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공론화는 또한 발안자인 남궁 의원 자신이 현 정부에서 정통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적지 않은 양의 무게를 싣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남궁 의원의 발안이 경험에 비춰볼 때 그동안 노정된 문제점들을 극복하자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이 총리의 답변이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가시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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