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목에 심도있게 집중하지 못하면서 복수전공까지 신청해 어느 과목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후회스럽습니다.』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정기옥씨(21)가 일어일문학을 복수전공하며 느낀 생각이다.
지난 96년 「다양한 전공 접근」이라는 취지아래 많은 대학에서 학부제와 동시에 실시한 복수전공 신청자는 해마다 계속 늘고 있다. 반면 복수전공 신청자가 급증하는 것 못지않게 포기하는 인원도 해마다 늘고 있다.
동아대측은 『복수전공자들이 해당 전공의 기본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채 3∼4학년 전공수업에 들어가다 보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4학년 2학기 때 복수전공 학점이수가 어려운 학생은 졸업을 위해 복수전공을 포기한다』며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했다.
이는 학부제 시행과 더불어 전공필수 이수학점이 대폭 감소하고 과거 불가능했던 고학년 과목 선수강제도가 시행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2학년 때 전공 선정과 함께 복수전공을 신청, 3학년 1학기나 2학기부터 4학년까지 복수전공 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복수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2년 안팎에 불과하다.
더욱이 기초과목 수강 없이 전공과목 이수가 어려운 공학계열에서는 4년동안 전공에 전력투구한 학생들과 복수전공자의 실력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부교양을 필수학점으로 채택해 이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수학점제도 또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동아대 국문학과 3학년 김주현씨(21)는 계열교양인 경제학을 울며 겨자먹기로 수강하고 있다.
이는 신문방송학이 포함된 학부에서 경제학을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들은 개별과목을 복수전공하기 위해 여러가지 계열교양을 수강하도록 한 제도는 학문의 깊이를 꾀할 수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자 학문의 특성에 맞게 학과마다 차별있게 복수전공을 실시하고 전공과 관련한 학문만을 복수전공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부제 시행 5년.
학부제와 복수전공제도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접근 취지를 달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학문의 깊이를 약화시켜 전공 교육이 교양화되는 데 일조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각 대학들은 교육부에 학과분류 신청을 하는 등 학부제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교육부는 『광역화 신청은 받아 줄 수 있으나 학과별 세분화 신청 수용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대학들이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BK21 지원 세부조건으로 모집단위광역화가 명시돼 있는 해당 대학들 역시 예산지원 삭감을 감수하고 모집단위를 세분화하는 실정이다.
학부제와 복수전공은 학문간 이질화를 완화시키고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복수전공 실시는 전공심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명예기자=김남희·동아대 morning-b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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