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몬 후유지 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함께 일본 전국시대에 천하를 지배했던 3인 가운데 한사람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평생동안 지키려 했던 것은 「신뢰」였다고 한다. 임기응변에 능했던 도요토미가 한번은 자신이 수집한 보물을 자랑하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도쿠가와가 이렇게 대답했다.
『보물로 삼을 만한 특별한 물건은 없소. 내가 가진 보물은 오로지 부하들이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도요토미는 기분이 불쾌했다. 그래서 그는 『두고보자, 이 너구리영감』하며 도쿠가와와 그의 부하들을 이간질시킬 계략을 세웠다. 도요토미는 때마침 한 성을 함락시켰을 때였기 때문에 승전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도쿠가와가(家)의 장수 다섯명을 각각 따로 불러 관직과 포상을 제의했다. 이들 가운데는 이른바 사천왕(四天王)이라 불리던 도쿠가와의 최측근 가신 네명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요토미의 제의에 대해 다섯명의 대응이 각각 달랐다.
사천왕 가운데 세명은 도요토미에게 관직과 포상금을 받고도 도쿠가와에게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한명은 도쿠가와와 의논한 뒤 수락했다. 그런데 사천왕 반열에 끼지 못했던 나머지 한 사람은 도쿠가와와의 주종관계를 들어 도요토미의 제의를 끝까지 거절했다. 도요토미는 빙긋이 웃으며 마음속으로 도쿠가와를 비웃었다.
『사천왕도 별수 없군, 도쿠가와의 보물 다섯 중에 진품은 한개뿐이지 않는가.』
이런 비웃음은 나중에 도쿠가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됐다. 충격에 휩싸인 도쿠가와가 내부에서는 이들을 가만두어서는 안된다는 중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도쿠가와의 생각은 달랐다.
『다섯명은 각각 나를 받들면서 지원해주는 거목일세. 그 나무들은 종류가 모두 달라. 재질과 크기도 다르지. 말하자면 그들은 각각의 생각과 방식으로 내게 충성을 다하는 거야. 내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한다고 여긴거고, 나와 의논한 사람은 그것이 예의라고 판단했을거야. 거절한 사람은 주군이 나 한사람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것이고… 만약에 다섯명 모두 거절했다면 도요토미는 기분이 나빴을 터이고 또 다른 보복을 생각했을 게 뻔해. 세명은 이를 간파했어. 내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그까짓 관직과 포상금을 받았다고 해서 나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거야. 제의를 거절한 지카요시는 지카요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봐.』
이 말을 전해들은 도요토미는 도쿠가와의 고단수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자신의 얕은 수에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5명의 가신들 역시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의 주군은 도요토미가 아니라 도쿠가와』임을 맹세했다고 한다.
지난호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과 마찬가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은 도쿠가와의 일대기를 현대경영학 차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도쿠가와의 부하들에 대한 「신뢰」가 오늘날 기업환경에 비추어 「도쿠가와주식회사의 CI」로 표현되기도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국시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과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그 치밀함과 간교함 때문에 「너구리영감」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인들에게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동맹을 깨는 일이 없으며, 평생 의리있고 믿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현직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도쿠가와 같은 경영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막상 자신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 도몬 후유지는 오늘날 일본인들에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피가 절반씩 섞여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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