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수출에서도 수출상대국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상품이 현지인에게 부담없이 받아들여지려면 제품의 현지화는 물론 경영의 현지화도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해외진출하는 IT벤처기업 대부분이 현지인을 고용하는가 하면 경영도 일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유럽 시장은 아직 국내 IT업체들의 진출이 뜸한 지역인 만큼 시장조사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표면적인 조사는 가능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적인 조사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동유럽이라고 해서 타 대륙 시장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다. 보편적으로 타국이 주는 이질감과 외국인, 외국기업에 대한 배타가 존재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IT업체들의 동유럽 진출 또한 일반 해외진출 전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단지 속성을 빨리 인지하고 접근하는 것이 시장확보 우위전략이다.
동유럽의 특성이라면 우선 유럽이 갖는 보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문명에 대한 수용성이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한국에서의 인터넷이 단시간에 펄펄 끓는 물이었다면 동유럽에서의 인터넷은 촛불로 데우는 미지근한 물의 형국이다. 경제수준의 문제도 있겠지만 민족정서상 서두르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인터넷인구의 증가 추세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도 동유럽의 보수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사용 또한 한국의 경우처럼 게임 등 오락위주가 아니라 메일, 검색, 쇼핑몰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사용빈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쇼핑몰의 경우 동유럽 전체 인터넷 사용의
16%이상을 차지, 전자상거래로의 발전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아직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못했고 서유럽에 비해 인터넷 사용비용이 비싸다는 결론과도 부합된다. 동유럽의 인터넷 사용비용은 서유럽에 비해 최고 10배가 넘는다. 서유럽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월인터넷사용비가 0.002%를 약간 웃도는 상황이지만 동유럽의 경우 0.013%에서 최고 0.03%를 웃도는 나라까지 있다(참조 http://www.iyp.org/internet).
결국 IT 초기시장인 동유럽은 단품 솔루션보다 저가 패키지형태의 솔루션을 선호한다. 초기 대규모 투자보다는 솔루션 임대를 선호해 솔루션임대(ASP)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PC게임방이 태동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폭발적인 수요나 업체수 증가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회선 부족 등 전반적인 인프라 부족이 원인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우 경제적 낙후로 인해 신품시장보다 중고품시장이 발달해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국내 무역상사인 (주)대우가 폴란드내 중고차
를 대상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 것도 현실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경매서비스나 중고 맞교환 서비스 시장의 활성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수익모델 부재에 시달리는 국내 인터넷 시장과 크게 다르다.
이러한 시장상황을 간파하고 진출을 결정했더라도 문제는 현지 네트워크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출의 물꼬를 트느냐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동유럽 전문 IT컨설팅업체는 거의 없다. 전문가 또한 없다.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네트워크는 이미 진출해 있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전부다. 따라서 오프라인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동유럽 진출의 리스크를 다소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 동유럽에 진출해 있는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도 동유럽의 IT잠재가능성을 인식하고 인터넷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 국내 인터넷업체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국내 IT업체들의 동유럽 진출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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