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시장이 열린다>1회-프롤로그

◆지난 21일 폐막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회원국들은 「유라시아 정보통신망」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대륙간 지적·인적 교류를 원활히 하자는 취지다. 이른바 「신대륙간 경제블록」이 이루어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인터넷벤처들에 더 넓은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벤처들의 수출국가로는 미국·일본·중국·동남아 등으로 국한됐으나 이제는 보다 더 넓은 시장을 조망해야 할 때다.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동유럽은 IT 미개척지다. 그러나 더 이상 IT 소외국가도 아니다. 멀지 않아 IT 신흥시장의 한 블록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시대 첫 관문인 동구의 IT시장 현황과 발전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옛 소련의 잔재가 배어나오는 동유럽은 아직도 머리속에 회색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태와 저능률, 할당된 일에 만족하는 무책임 등의 잔상이 쉬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동유럽은 유럽의 저편으로 기억되고 있다. 유럽 하면 대부분 선진 서유럽만을 떠올린다. 동유럽은 언제나 세계 경제의 한 귀퉁이에서 못사는 나라로만 치부돼 왔다.

그러나 동유럽의 자본주의는 급류를 타고 있다. 이미 냉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급성장의 길을 달리고 있다. 불과 몇년전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내전으로 피폐한 생활을 하는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은 예상외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들 동유럽 국가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구어 낸 데는 무엇보다 교육수준의 향상이 뒷받침됐다. 초등교육에서부터 중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무상으로 지원되던 교육이 오늘날 동유럽 발전의 축이 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의 문맹률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결론은 결국 한국과 같은 IT산업의 발전을 예고한다. 소득수준에 비해 IT소비력이 왕성한 것도 높은 교육수준에 기인한다.

이같은 사실은 동유럽의 인터넷인구 성장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유럽 국가 중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폴란드의 경우 불과 2년 사이에 급격한 인터넷인구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00만명에 불과하던 인터넷인구는 2000년 현재 400만명을 웃돌고 있다. 폴란드 전체 인구 4000만명 중 10%가 인터넷인구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증가추세로, 한국의 2년전 인터넷인구 증가세와 같은 「주걱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완만한 상승세가 일순간 급격한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인터넷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여기고 정부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시장 도입기지만 곧 폭발적인 성장과 욕구분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인근 체코나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동유럽 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한가족 시장」이란 점이다. 역사적인 문화가 비슷하고 지리적인 이점 또한 IT시장의 번성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 인접국가로의 전파력 또한 높다. 서유럽과 러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이 기대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물류 역시 거미줄 같은 철도망으로 좋은 편이다. 인건비 및 제반 비용 또한 매우 싸다.

반면 인터넷통신 인프라에서는 다소 취약하다. 이는 오히려 더 넓은 시장을 예고한다. 「통신철도」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두 하나의 「묶음시장」이 될 수 있다. 이미 시장잠재력을 예상한 미국의 대자본들은 동유럽 진출을 단행했다. 폴란드·체코의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미국 자본이 침투했다. 그것도 고배율의 투자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IT 벤처기업들이 미국·중국·동남아 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나 시장규모만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반면 동유럽 IT시장은 발아기다. 실질 수요층을 고려해 본다면 동구의 IT수출은 투자대비 실적면에서 여타 지역보다 월등하다. 또 높은 교육수준과 지리적 이점 등 제반 여건이 수출기지로 적지다.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IT철도」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예상되는 것도 실질 잠재가치를 지닌 IT금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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