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IT포럼 지상중계>주제발표-컴퓨터 한글자판 남북통일 시안

정희성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지난 94년 중국 연변에서 (사)한국국어정보처리학회는 북한 조선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우리말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에서 북한의 발표논문 11편 가운데 조선사회과학원 통보연구소 권중성 부소장은 「조선 문자입력 코드수와 자판 배치기술」이란 논문을 발표해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남북한 학자들이 열띤 토론과 논의 끝에 3가지 시안을 마련했다.

이듬해 9월 중국 연변에서 다시 만난 남북 학자들은 북한의 강영민 교수가 개발한 「조선임시 국규」에 주목하게 된다.

강 교수가 개발한 시안을 기본으로 남북 참가자들은 한글 자모 빈도수와 태핑(tapping, 사람의 손놀림)치 공동연구에 합의하고 컴퓨터 한글 자판 남북통일안 개발을 위한 합의에 이르렀다.

이후 지난 96년 중국 연변에서 제3회 우리말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를 거쳐 오늘 비로소 컴퓨터 한글자판 통일안 「하나로 2000(가칭)」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지난 96년 한국국어정보학회와 조선과학기술총련맹 중앙위원회, 연변조선족 과학기술협회가 합의한 자판 배치 공동안은 다음과 같다.

한글 2벌식을 기준으로 하며 옛글자를 고려하되 현대글자와는 분리하여 처리한다.

또 26개의 우리 글 자소를 배치하되 24개 홑글자와 2개의 겹글자로 하는 것과 함께 5개의 쌍자음 입력은 사용자 선택으로 하되 대응되는 단자음 위치에 배치한다.

여기서 사용자 선택이라 함은 쌍자음타건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동생성규칙이 성립하는 방안, 예를 들면 치환타건방법과 시프트키방법 등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왼쪽에 자음, 오른쪽에 모음으로 한다.

이상의 합의사항을 토대로 남과 북은 각각 한글 빈도 통계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결과, 남과 북은 분단 이후 고착화된 언어 이질화 심화현상으로 남북간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즉 남과 북 모두 자음 가운데는 「ㅇ」, 모음은 「아」가 가장 높은 빈도치를 보

였다.

이에 고무된 남과 북은 각각 상대방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한글 자판을 자소배치안, 단별 점유율, 손가락별 담당비율을 면밀히 연구검토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 96년 남과 북이 공동개발한 시안은 자음 사용에 있어서는 편리한 점이 있었지만 모음은 다소 어수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늘 발표하는 「하나로 2000」은 남과 북이 큰 혼란없이 즉시 채택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왼손은 자음, 오른손은 모음을 기본으로 채택한 것을 비롯해 실험결과 단별 점유율과 손가락별 담당비율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글자판 통계치와 유사한 값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로 2000」은 인지과학적 이론과 현실 데이터에 따른 최적의 한글 자판으로 평가될 수 있고 남과 북이 공동개발한 소프트웨어라는 상징적 의미 또한 대단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로 2000」을 어떻게 보급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단일표준으로 돼 있는 한글자판 표준의 복수화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수반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나로 2000」은 남북이 공동개발한 최초의 컴퓨터 한글 자판이라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남북교류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첫 단계라는 점 역시 높이 평가돼야 한다.

◆손가락별 담당비율(%)

·=왼손(새끼-약지-가운데-집게)=오른손(집게-가운데-약지-새끼)

현행 컴퓨터 한글자판=0.5981(0.0963-0.2143-0.2916-0.4033)=0.4019(0.4965-0.2293-0.2237-0.0455)

96년 남북 공동 시안=0.578(0.159-0.180-0.285-0.376)=0.422(0.411-0.303-0.234-0.422)

하나로 2000=0.5982(0.0936-0.1247-0.1714-0.2585)=0.4025(0.1429-0.1168-0.0692-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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