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6개 회원국들은 20일 오후 열린 정상회의에서 경제·재무분야의 관심사를 집중 논의해 국가간, 대륙간 경제협력의 틀을 공고히 다졌다.
특히 21세기 지식정보화의 진전만큼 깊어지고 있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트랜스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등 21세기형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해 교역을 활성화하는 한편 아시아지역에서 제2의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데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정보격차 해소 =정상들은 정보통신(IT)기술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정보격차는 심화돼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정보격차 해소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싱가포르가 공동 제의한 「트랜스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ASEM의 신규사업으로 승인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벌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번영을 도모하자는 게 이 사업의 골격이다. 이 통신망은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에 활용돼 교역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원국들은 이와 함께 인력자원 개발과 정보통신기기 보급, 정보접근시설 설치, 공동 세미나 개최 및 연구프로그램 진행 등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전문가 파견 또는 연수생 초청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정보통신인력 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무역·투자협력 등 확대 =지난 98년 4월 제2차 런던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유럽간 경제협력 프로그램의 실천방안으로 채택한 「무역원활화 행동계획(TFAP)」 「투자촉진행동계획(IPAP)」에 대한 그동안의 이행실적에 만족을 표시하고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TFAP는 통관절차, 표준, 공공조달, 검역 및 위생, 지적재산권, 기업인이동, 기타 무역활동 등 7개 분야에 대해 회원국별로 주요 무역장애요소를 선정, 개선하는 것으로 ASEM 산하 무역·투자고위관리회의(SOMTI)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정상들은 이번에 TFAP에 전자상거래를 우선 추진분야로 추가시켜 아시아와 유럽간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 후속조치로 내년 중 서울에서 1차 TFAP 전자상거래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IPAP 이행을 위해서는 아시아와 유럽기업이 웹사이트에서 각국의 중소기업, 관세, 규제 관련 정보 등을 교환하는 「ASEM 커넥트」를 영상정보교환(VIE)이 가능하도록 확대하기로 했다. 또 국가별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조속히 마련, 시행하기로 했다.
96년 3월 1차 방콕 정상회의 때 아시아·유럽 민간기업간 협력강화를 위해 창설된 아시아유럽비즈니스(AEBF)의 적극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회원국들은 환경문제 해결과 협력을 위해 ASEM 환경장관회의 신설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불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유가의 조기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다자간 무역체제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무역체제와 개방적 지역주의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WTO 뉴라운드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뉴라운드 출범이 의제의 범위를 둘러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논란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모든 회원국들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되는 광범위한 의제설정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개발도상국과 최빈 개도국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뉴라운드에 대한 비정부기구(NGO)와 내국민의 반발을 의식,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도 노력하기로 했다.
◇위기 재발방지 및 국제 금융시장 안정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제2의 경제·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아시아 회원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말로 끝나는 ASEM 신탁기금 운영 시한을 연장해 아시아지역 금융위기국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 조성규모와 운영시한은 내년 1월 일본 고베에서 열리는 ASEM 재무장관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재무장관회의 때는 유럽국가와 같은 경제·통화협력을 아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유로화 도입에 따른 국제통화체제 변화에 아시아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논의하기로 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헤지펀드 등 단기 투기성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G7 산하 금융안정포럼(FSF)이 권고하고 있는 과대채무금융기관(HLIs)에 대한 간접규제 외에 필요할 경우 직접 규제도 하기로 했다. 또 자금세탁 방지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이와 함께 국제 금융체제 강화 못지않게 자국내 금융시장 개혁과 기업지배 개선 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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