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간판산업인 D램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성수기임을 무색케 하는 가격폭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D램 및 TFT LCD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일본과 신흥주자인 대만·중국 등의 업체들은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등 한국 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은 물론 대만·중국 등 후발주자에 자리를 빼앗기는 게 아닌가 우려하면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고개드는 위기설=위기설의 진앙지는 반도체 및 TFT LCD의 가격폭락세다. 19일(한국시각) 국제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수출 주력품목인 64M(8×8) SD램 PC100의 가격은 4.9∼5.19달러에 거래돼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면 마침내 5달러선이 붕괴됐다. 9달러를 웃돌았던 지난 여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된 셈이다.
현물가격의 급락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이달초 주요 PC업체에 대한 장기공급 가격(64MD램 기준)을 지난달초에 비해 1달러 정도 인하한 데 이어 이달중 또다시 가격을 6달러 후반대로 내리는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TFT LCD의 가격폭락세는 더욱 극심하다. 모든 인치에서 올들어 단 한차례의 반등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500달러를 웃돌았던 노트북PC용 13.3인치 XGA제품은 이달 350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며 올 연말께도 310달러대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해당업체의 주가폭락은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19일과 18일 각각 12만1000원, 8400원 안팎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3분기에 삼성전자는 9조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1조6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현대전자는 2조4640억원의 매출과 6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경쟁국 업체들의 도전=세계 D램 및 TFT LCD 시장을 놓고 한국과 경합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도전도 위협적이다.
일본 NEC와 히타치제작소는 최근 합작사인 「엘피다」를 출범시키면서 128MD램 이상의 대용량 D램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공동으로 「아수카 프로젝트」라는 컨소시엄을 형성, 세대 공정기술과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
또 대만 업체들은 노트북PC용 TFT LCD에 이어 연말부터 모니터용 TFT LCD 시장에 신규 진출키로 해 한국 업체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역시 주룽지 총리의 진두지휘로 반도체와 TFT LCD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자국내 업체에 대한 지원확대와 함께 대만을 비롯한 외국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말 위기가 오는가=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총 26억4000만달러로 월 수출실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호황기였던 지난 95년 9월의 21억54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런 수치로 보면 최근 번지는 위기설은 부풀어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사이클로 인해 국내 D램과 TFT LCD산업에 닥친 찬바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급등 및 유로화 하락에 따른 유럽연합(EU) 및 미국 경제의 침체, 그리고 이에 따른 PC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져 D램 및 TFT LCD 시장도 불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는 『최근의 가격하락과 주가하락은 실제 수급상황과 무관해 조만간 호전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최근의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비상경영체제를 검토중이다.
실제로 TFT LCD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감안해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기일수록 관련업계 공동의 대책마련과 산업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야 하는데 개별 기업으로는 힘들어 업체간 활발한 협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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