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총리가 18일 대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이 국내업체들의 사정권에 들어 오게 됐다. 중국시장의 효용성을 익히 알고 있던 국내업체들은 이미 현지 합작법인 설립, 유력인사 초청 및 협력 증진방안 마련 등 다양한 사전포석을 깔고 있어 이번 주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대대적인 중국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장비업계 중국진출 현황 =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는 중국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부문에서 상해벨, 단말기 부문에서 심천 커지엔과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CDMA 기술이전 및 2.5세대 이동통신(cdma2000 1x)의 생산, 판매, 개발을 위한 현지체제를 구축하는 등 만리장성 공략 기지를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306만달러를 투자, 북경삼성통신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곳을 활용, 현지에 적합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지난 6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과 3000만달러 규모의 CDMA 시스템 합작법인인 「중흥-LG이동통신유한공사」를 설립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해 중국 광주에 CDMA 무선가입자망(WLL)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현대전자는 차오싱유니버설사 및 대당전신과 이동통신 부문에 대해 공동개발·생산에 대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특히 현대전자와 LG전자의 합작사인 차오싱·대당전신·중흥통신 등은 중국 신식산업부가 최근 지정한 2.5세대 및 3세대 CDMA방식 연구사업체로 선정돼 향후 중국내 이동통신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의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단말기 업체로는 와이드텔레콤이 홍콩 포시스텔레컴을 통해 CDMA단말기 우회수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원텔레콤은 중국 닝보버드사와 유럽형이동전화(GSM) 단말기 55만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향후에는 사업범위를 CDMA단말기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계기업계의 전략 = 중앙시스템은 지난 9월초 중국의 대당전신그룹과 중국내 중계기 사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데 이어 이달초에는 대당그룹의 무선통신 부문 자회사와 중계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 및 반제품 수출, 기술이전 등에 관한 구체계약을 체결했다.
성미전자도 지난 7월 상해에 상해성미전자통신유한공사를 설립, 중계기 수출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산텔레콤은 중국의 장비제조업체인 수신그룹 산하 북경우전설비창과 제품공급 및 현지 생산시설 마련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GSM 중계기로 홍콩시장을 공략해온 넥스트링크는 중국이 CDMA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근 GSM 국제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CDMA 중계기에 대해서도 국제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걸림돌은 없나 = 무작정 장미빛 환상에 들떠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양국 정상의 합의문을 문구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과거 김 대통령이 방중, 장쩌민 주석과 논의한 내용보다 진전된 것이 별로 없다. 양국 정상간 선언적 의미의 합의인 만큼 이제부터는 이를 신호탄으로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술을 채용할지는 불분명하다. 우선 국내업체들이 가장 고대하고 있는 차이나유니컴의 장비입찰 일정도 아직은 최종확정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및 정통부 고위관계자들은 이르면 내달께 입찰이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지난 일년간 수차례 입찰시기를 미뤄왔던 차이나유니컴의 전례를 감안할 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중국이 2세대를 도입할 것인가 아니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2.5세대를 채택할 것인가도 주목 대상이다. 정통부에서는 2세대가 유력하다고 분석하지만 전격적으로 2.5세대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2.5세대를 선택한다면 국내업체들의 진출 전략, 마케팅 기법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퀄컴과 중국정부의 로열티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중국이 CDMA 도입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 것도 퀄컴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퀄컴에 로열티를 아예 물지 않는 안을 제시해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차이나유니컴이 실제로 장비입찰에 나서기 위해서는 퀄컴과의 특허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 이 부분이 아직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 국내기업에겐 부담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