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장은 OB, 벤처캐피털업계 양강구도 형성

「정통 벤처캐피털이냐(KTB), 금융권의 자존심이냐(장은)」. 그동안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 출신들이 주류를 이뤄온 벤처캐피털업계에 올들어 구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이 대거 진출, 수면아래서 KTB와 장은 OB들간의 자존심을 건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투자기업 발굴, 평가, 투자 등 업무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에 상당히 의존하는 벤처캐피털의 특성상 KTB와 장은 출신 인력들의 양대세력 형성은 앞으로 국내 벤처캐피털업계 판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B 출신과 장은 출신들이 벤처캐피털업계에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KTB는 공기업 민영화로, 장기신용은행은 은행권 구조조정으로 내부에 큰 변화를 겪으면서 우수 인력들이 대거 벤처캐피털업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대 진영간의 세력다툼은 일단 질적인 면에서는 KTB가, 양적인 면에서는 장은쪽이 앞서는 양상이다.

공기업이었던 KTB의 경영권이 권성문 사단이 이끄는 미래와사람으로 넘어가면서 물밀듯이 쏟아져나온 KTB 출신들은 현재 최고경영책임자(CEO), 파트너, 전문 심사역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50명을 넘는다. 수장격으로 일찌감치 홀로서기한 한국기술투자(KTIC) 서갑수 사장을 필두로 마이벤처 김창달 회장, 테크노캐피털 심항섭 사장, 한미열린 오태승 사장, 연엔벤처스 연병선 사장, 한화기술금융 김시훈 사장, 전일선 전 한국드림캐피탈 사장 등 CEO급만도 10명을 넘는다.

지난 97년 5월 국민-장은 합병과정에서 「재야」로 나온 장은맨들은 다른 금융기관을 거쳐 벤처붐을 타고 벤처캐피털업계로 대거 진출했다. 아직 CEO급은 드믈지만 지난해 KTIC로 10여명이 한꺼번에 둥지를 트는 등 속속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하면서 1년여만에 「장은 파워그룹」을 형성했다.

장은맨들은 초기에는 주로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 &A), 자금관리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최근들어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 순수 투자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장은맨은 줄잡아 30여명. KTIC 김영우 상무, KTB 강무경 팀장, 웹텍창투 김기훈 이사, 한화기술금융 임은식 팀장, 현대창투 김일중 이사, CKD창투 강의중 이사, 테크노캐피탈 박상희 팀장 등이 그들이다.

자금이나 관리쪽까지 합치면 대략 50여명에 달한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비롯, 정통 벤처캐피털이 아닌 금융기관이나 일반법인에서 벤처투자업무를 취급하는 인력까지 합치면 100여명의 장은맨들이 벤처캐피털업계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추산된다.

양적인 면에서 장은맨들의 우세는 앞으로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KTB가 안정을 찾으면서 후속 이탈자가 줄어드는 데 반해 장은맨들의 벤처캐피털 입성 잠재력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합병당시 1200명에 달하던 인력 중 국민은행에 흡수된 인력은 900명인데 현재 남아있는 사람은 400명여명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KTB와 장은맨들은 결속력면에서도 남다르다. KTB맨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화사회(火四會)」라는 조직을 결성,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친목을 강화하고 있으며 장은맨들은 올초에 전체 모임을 갖는 등 꾸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업체 발굴, 심사, 투자, 경영지원 등에서 힘을 합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 은행권에서 질적수준이 높고 프라이드가 강한 계층으로 분류된 장은맨들과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KTB맨들이 탄탄한 세력을 쌓는다면 다른 어떤 세력도 이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