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분할다중접속(CDMA)칩이 들어 있는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는 PDA제품에 대해 이동통신칩인 CDMA칩을 내장했으니 무선통신기기로 간주해 형식 등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업체들은 PDA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정부는 그 근거로 「무선통신 설비기기를 제작하거나 수입하고자 하는 자에 대해서는 그 제품에 대해 형식 승인을 필해야 한다」는 전파법 규정을 들고 있다고 한다.
무선통신기기에 대해 형식 등록을 받도록 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통신기기에 대해서는 어느나라나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고 또 소비자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다. 따라서 그같은 취지로 PDA를 통신기기로 간주한다면 형식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PDA제품을 통신기기로 보기는 어렵다. 형태는 계산기와 비슷하지만 컴퓨터에 사용되는 운용체계(OS)를 지니고 있어 단순한 계산기와 차이가 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지니고 있어 조그마한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컴퓨터에 통신기능이 추가된다고 해서 또 통신기기로 보기도 어렵다.
PDA를 컴퓨터로 보느냐 통신기기로 보느냐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은 예전에는 특정기능만 지닌 단품이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통신기기에 필수적인 모뎀의 경우 외장형이었을 때는 통신기기에 부가해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없었다. 그런데 모뎀을 칩으로 만들어 PC나 노트북컴퓨터에 채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지금 PC나 노트북컴퓨터를 통신기기로 보는 이는 없다.
그 이후에도 가전제품에 복합기능이 생기고 통신기기도 복합제품이 등장하면서 수시로 이러한 제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논란이 돼 왔다. 그런데 그때마다 주기능이 무엇이냐에 따라 대부분 제품의 성격을 규명했다.
이번 PDA도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컴퓨터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통신기기로 보고 형식 등록이나 승인을 하지 않아서 크게 문제가 된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CDMA칩을 사용했다는 이유로만 통신기기로 분류해 형식 등록이라는 하나의 절차를 더 거치게 한다면 제품이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뿐이다.
정부가 이미 일부업체들이 형식 등록을 마친 것을 빌미로 다른 업체들에게 형식 등록을 거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욱이 형식 등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면 불법제품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약자에 대한 으름장과 다름이 없다.
특히 정부는 이번 형식 등록과 관련해 하나의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정부의 기능이 특정 산업이나 기기를 관장하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를 보호하고 또 관련 산업이나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서이지,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하루가 빠르게 기술이나 산업이 발전하고 변하는 컴퓨터·정보통신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업계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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