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업계에는 요즘 얼마전 코스닥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모 중견업체의 부도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제품을 공급받던 대형PC업체에서는 OEM업체를 바꾼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이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다른 그래픽카드업체의 물밑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설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이 부도를 대비해 물건을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 회사 부도설의 원인은 자금 유동성 악화다. 올초부터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던 이 업체는 코스닥 등록을 위해 주력사업인 그래픽카드 외에 IMT2000 관련 멀티미디어 부품 등 사업다각화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가면서 자금의 유동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최근 3개월새 케이스업계의 소위 「빅3」라고 불리는 업체들도 연쇄부도를 내고 소리없이 문을 닫았다. 이 업체들도 코스닥을 바라보며 매출주도권을 잡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친 것이 부도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닷컴이나 소프트웨어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 있던 주변기기업체들은 2·4분기를 지나면서 「PC시장 확대」라는 호재를 타고 너나할 것 없이 코스닥 등록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4·4분기 PC시장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실제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유통시장이 얼어붙을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스닥 등록을 바라보고 무리한 사업확장과 몸집 부풀리기를 한 주변기기업체들은 어음결제를 위한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업이 주식을 공개해 대중적 책임을 지며 회사와 투자자가 함께 수익을 나누는 코스닥 등록은 시장경제의 원칙상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순히 등록후 주가폭등에 따른 주가차익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코스닥 등록을 감행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갈수록 대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주변기기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주가차익이 아니라 부단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되새길 때다.
<컴퓨터산업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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