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사업자(SO)들은 이번주 초 서울지방법원에 한전이 소유한 파워콤 주식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전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던 SO업체들이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인 해결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전도 법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SO측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SO가 법으로 이를 관철하려 한다면 자신들도 법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송망 사업을 둘러싼 한전과 SO측간의 갈등이 법정싸움이라는 극한대립으로 치닫게 됐다.
이번주 초 SO측이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내면 늦어도 1주일 안에는 가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SO들은 일단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SO협의회는 가압류 신청이 끝나면 곧바로 협상 대표단을 구성해 한전과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본격적인 협상은 가압류에 대한 법원의 판정이 있은 다음이 될 전망이다.
가압류가 받아들여질 경우 SO협의회는 △한전과 체결한 전송망 이용계약을 포괄적으로 파워콤에 승계할 것 △파워콤의 우호지분으로 SO·PP 등이 참여토록 할 것 △현행 전송망 이용료(15%)를 계약기간 보장해 줄 것 △기술기준상 전송망의 상하향 주파수 대역을 사용토록 해줄 것 △SO의 전송망 부설 및 유지관리를 위한 한전 전주·관로를 사용토록 해줄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압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SO측의 운신의 폭은 상대적으로 크게 좁아지게 된다. SO측은 가압류 신청이 수용되지 않더라도 한전이 요구하는 어떠한 사항에 대해서도 협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전송망 사용료 인상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사업권을 국가에 반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송망 사업을 둘러싼 한전과 SO의 대립으로 인해 국가적인 방송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SO측이 사업권 반납이라는 극한수단을 택할 경우 한전도 입장이 난처해진다. 케이블TV 전송망을 갖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이 전송망을 사용할 대상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또 케이블TV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도 TV시청을 할 수 없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부닥치면 제1의 피해자는 전송망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는 가입자들이다.
한전과 SO의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관계기관에서 이를 중재하는 방안이 있다. 전자의 경우 이미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에 후자에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한전은 공기업이고 SO협의회는 방송위원회의 감독하에 있기 때문에 산자부와 방송위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기관이 나서서 케이블TV 전송망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의영 SO협의회 사무처장은 『한전이 산자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산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케이블TV 전송망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케이블TV 방송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관계부처가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볼 때 케이블TV 전송망 사업의 민영화를 둘러싼 문제들이 한순간에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전과 SO라는 이해당사자 간의 이익다툼으로 보지 말고 국내 방송산업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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